무역확장법 232조 다시 꺼내든 트럼프
강관 직격탄에 판가 '도미노 인상' 불가피
정부-업계, 전면 대응 나서…외교 해법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 새 연설에서 당장 오는 4일부터 자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최대 50%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혀 국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철강업계 주요 기업 통상 담당자들과 함께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철강협회에서 철강 및 비철금속 업계와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에 따른 주요 수출기업의 영향 등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책을 모색했다. 회의에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함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US스틸 공장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관세율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2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는데, 인상 폭을 2배로 높인 것이다.
한국은 2024년 기준으로 미국에 29억달러(약 3조9927억원) 규모의 철강 수출해, 대미 수출 4위를 기록했다. 전체 철강 수출의 약 13%가 미국에 집중돼 있다. 특히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 등 강관 전문 기업들은 미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 비중이 높아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에 투입되는 강관 제품을 중심으로 미국 수출이 많은 편"이라며 "하루 이틀 새 벌어진 상황인 만큼 내부 대응 회의 등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고급강판 등의 미국 수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미국의 규제 강화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공급 전략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략에 변수가 생길 경우 현대제철의 고급 강판 수출에도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입 규제가 확대되면 결국 중국·베트남 등 외국산이 동남아·유럽으로 우회하면서 전 세계 공급 과잉이 심화할 수 있다"며 "국내 철강 내수 가격까지 압박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부과된 25% 관세 이후 한국의 철강 수출은 뚜렷한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철강 총수출액은 25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4% 감소했다. 특히 대미 철강 수출은 같은 기간 2억2000만달러로 20.6% 급감했다. 올 1~4월 누적 대미 수출액도 전년 대비 10.2% 줄어든 13억84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 3월부터 적용된 25% 관세에도 수출 타격이 가시화됐던 만큼, 50%로 인상되는 경우 단기적 피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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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별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협상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뒤, 상대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일부 완화나 면제를 조건으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많은 만큼, 철강뿐 아니라 자동차(49.1%), 자동차부품(36.5%), 반도체(7.5%) 등까지 압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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