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감세안 심사 앞두고 시장 불안 진화
"재정적자 지속 감축…관세 추가 세수 수조달러"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최근 재정적자 악화를 둘러싼 우려에 대해 미국은 절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주 미 상원이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대규모 감세안 심사에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부채 및 재정 위기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선제적으로 진정시키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미국은 결코 디폴트에 빠지지 않을 것이고,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지금 경고 구간에 있지만 결코 벽에 부딪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감세안이 하원 통과에 이어 상원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이라 부르는 이 감세안이 현실화하면, 연방정부의 세수는 더욱 줄어들고 이는 부채한도 증액 협상과 맞물려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일부도 이 감세안에 반대하고 있어 상원 논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감세안이 하원을 통과하기 전 재정 악화 공포로 미 국채 금리가 장기물 중심으로 치솟았는데, 이날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상원 심사를 앞두고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베선트 장관은 부채한도가 소진되는 시점을 뜻하는 이른바 'X 데이트'에 대해선 침묵했다. 그는 "우리는 X 데이트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법안을 진전시키기 위해 그 날짜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X 데이트를 밝히면 의회가 마감 직전까지 결정을 미룰 수 있어,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구체적인 시점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앞서 베선트 장관은 부채한도를 증액하지 않으면 오는 8월 재무부의 현금과 특별 조치 수단이 모두 고갈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재정적자를 천천히 감축할 것이고, 이는 긴 과정으로 향후 4년에 걸쳐 줄이는 게 목표"라며 "올해 적자는 지난해보다 줄어들고, 2년 후에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관세로 인한 추가 세수를 수조 원으로 예상하며, 많은 기관이 이를 재정 전망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장과 전문가들은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이번 감세안으로 향후 10년 동안 연방정부 부채가 3조달러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2기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일하며 연방정부 지출 효율화 작업을 주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조차 이날 CBS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감세안을 "대규모 지출 법안"이라며 비용 절감 노력에 역행하는 "실망스러운 조치"라고 비판했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연방정부의 천문학적인 부채 문제로 인한 채권시장 균열 가능성을 경고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의 발언에 대해선 "제이미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그는 경력 내내 이런 예측을 해왔다"며 "다행히도 그 예측 중 실제로 일어난 일은 하나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매우 곧' 무역 협상을 위한 통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국이 양국 간 무역 합의를 위반했다며 시 주석과 대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광물 수출 제한 조치를 해제하지 않은 것이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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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장관은 "이 문제는 중국 시스템상 작은 결함일 수도, 의도적인 것일 수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대화한 후 진위를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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