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에린 힐스 개막
박세리 서든데스 마지막 18번 홀 맨발 투혼
김주연 최종 4라운드 18번 홀 벙커 샷 우승
추아시리폰 최종일 13.7m 버디 퍼트
US여자오픈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대회다. 2025년 제80회를 맞이했다. 올해 대회는 5월29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 힐스(파72·6829야드)에서 막을 올렸다. 총상금은 여자 골프 역사상 가장 많은 1200만 달러(약 166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은 지금까지 총 10명의 선수가 US여자오픈에서 11승을 합작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매년 극적인 승부와 명장면이 이어지며 골프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명장면은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다. 1998년 대회에서 박세리는 태국의 제니 추아시리폰과 5일간 92홀에 걸친 '마라톤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하이라이트는 연장전 두 번째 홀, 18번 홀에서 나왔다. 티 샷이 왼쪽 연못으로 향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박세리는 물속 가장자리에 걸린 공을 치기 위해 양말을 벗고 맨발로 연못에 들어갔다. 과감한 트러블 샷으로 보기를 기록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결국 서든데스 두 번째 홀에서 극적인 '우승 버디'를 낚았다.
검게 그을린 종아리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하얀 발은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로 침체에 빠졌던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희망을 안겨준 장면이었다. 박세리는 "US여자오픈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대회"라며 "그 연못 샷은 내 인생 최고의 샷"이라고 회상했다. 실제로 이 장면 이후 국내에 골프 열풍이 불기도 했다.
2005년에는 '버디 김' 김주연이 극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당시 김주연은 미국의 모건 프레셀과 공동 선두로 4라운드 18번 홀에 들어섰다. 하지만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지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김주연은 깊은 벙커에서 정확한 샷으로 볼을 그린에 올린 뒤, 공이 약 3m를 굴러 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버디에 성공했다. 이 버디는 김주연의 LPGA 투어 유일한 우승으로 기록됐다.
2009년에는 지은희가 펜실베이니아주 서콘밸리에서 열린 대회에서 미국의 간판 스타 크리스티 커를 제압하며 또 하나의 명장면을 만들었다. 2타 차로 출발한 지은희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약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1타 차 역전 우승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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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1998년 추아시리폰의 13.7m짜리 버디 퍼트, 2008년 은퇴를 앞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환상적인 이글 샷, 1993년 로리 머튼(미국)의 21m짜리 칩 인 버디 등 US여자오픈은 해마다 전설적인 장면들을 탄생시켜 왔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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