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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주의력은 사라지고, 자극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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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헤이즈 '사이렌스 콜'
스마트폰의 가장 큰 문제 '주의력 저하'
현대인 참지 못할 지루함, 자극에 중독된 사회
스마트폰 이용 제한, '상식 전환'으로 가능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그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잡지나 만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1907년 미국에서는 잡지에 대해 "모닥불 옆에 조용히 둘러앉아 각자 좋아하는 잡지에 머리를 파묻고 있다"며 잡지가 가족 간의 전통적인 교류를 방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만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만화를 둘러싼 도덕적 공황 속에 고위급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는 오늘날 스마트폰의 유해성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MSNBC의 뉴스 앵커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스마트폰의 해악이 과거 미디어보다 훨씬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이 책 어때]주의력은 사라지고, 자극만 남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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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주의력 저하'다. 저자는 주의력을 "동시다발적일 수 있는 대상이나 사고의 흐름 중 하나를 선택해 이를 마음속에 명확하고 생생하게 소유하는 것이다 (…) 주의력은 다른 것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어떤 것에서 일보 후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주의력의 특징은 집중하는 대상 외에 다른 것에 관한 관심을 차단하는 것으로, 주의력 저하는 타인 및 사회와의 교류에 심각한 단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초창기 TV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동네 여러 가정이 TV가 있는 집에 모여 시청했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은 개인 간의 관계마저 단절시킨다고 꼬집는다.


스마트폰이 야기한 또 다른 문제는 '지루함의 임계점'을 낮췄다는 점이다. 에콰도르 북동부 아마존 정글에 사는 코판족의 언어인 아잉게어에는 '지루함'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는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힘들어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말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바닥이나 의자에 앉아 있거나, 해먹에 누워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현대인은 지루함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오히려 지루함을 참느니 차라리 부정적인 자극을 받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2014년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독방에 15분간 머무르게 한 후 "전기충격을 체험해보겠는가?"라고 질문했다. 그 결과, 18명 중 12명(67%)이 전기충격을 선택했고, 이 중 한 명은 무려 190번이나 스스로에게 충격을 가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하면서, 우리의 주의력 유지 능력을 더욱 약화시켰다. 기존의 TV, 라디오, 광고판 등은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만 접근이 가능했지만, 스마트폰은 시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우리의 주의력을 채굴해 팔고자 하는 이들은 상품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결과 주의력의 범위는 넓어졌지만, 질적으로는 하락했다.


이 같은 주의력 침식의 대표적인 주체로 테크 기업들이 지목된다. 애플은 약 200억달러를 투자해 비전 프로 헤드셋을 출시했다. 스마트폰에 몰입형 기술을 더해 사용자의 더 많은 주의력을 자사 서비스에 집중시키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생체리듬까지 파괴한다. "밤늦도록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훑으며 잠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라면, 주의력 채굴자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우리의 수면을 앗아가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의력을 둘러싼 과도한 경쟁은 사회적 문제로도 이어진다. 거짓 정보가 진실보다 더 쉽게 주의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1835년 미국 '더 선(The Sun)'지가 보도한 '달에 사는 반인반박쥐 생명체와 유니콘, 비버 같은 동물 이야기'를 예로 들며, 가짜 뉴스가 대중의 관심을 끌었던 사례를 소개한다.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도 주의력을 쥐기 위한 부정적 사례로 언급된다. 머스크는 440억달러에 엑스(X·옛 트위터)를 인수해 약 300억달러의 손해를 보면서까지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이며, 그로 인해 돈을 잃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종차별적이거나 비윤리적인 게시물로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저자는 트럼프에 대해서는 "마치 알몸으로 동네를 뛰어다니는 (…)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동시에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사람의 사례로 지목했다.


이러한 시류에 저항하는 움직임도 존재해왔다. 1979년 소니가 워크맨을 출시했을 때 "워크맨은 사용자와 외부 세계 사이에 고립된 주의력의 역장(力場)을 형성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CBS 레코드의 한 경영진은 "사람을 만나는 시대는 끝났다. 이건 마약과도 같다"며 "워크맨을 착용하면 세상이 사라진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뉴저지에서는 워크맨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돼 2016년까지 유지됐다. 오늘날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시대에는 종이책을 고수하거나, 자녀의 스크린 사용을 제한하고, 기본 기능만 제공하는 '바보폰'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

[이 책 어때]주의력은 사라지고, 자극만 남았다

저자는 해결책의 실마리를 과거에서 찾는다. 19세기 아동 노동 금지와 총 근로 시간 제한이 당시에는 강제하기 어려운 일로 여겨졌지만, 결국 사회적 합의와 규제를 통해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표현의 자유와 연결돼 강제는 어려울 수 있지만, 스마트폰 이용 시간 제한 역시 그러한 '상식의 전환'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비현실적으로 보일지라도, 스마트폰이 초래하는 주의력 결핍의 심각성이 그러한 문제 제기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오늘날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임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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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스 콜 | 크리스 헤이즈 지음 | 박유현 옮김 | 사회평론 | 424쪽 | 1만9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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