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무제한적 권한 부여 안해"
백악관 "고삐 풀린 사법 쿠데타"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은 정부의 권한을 넘어선 조치라는 미 연방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 같은 결정에 백악관은 "고삐 풀린 사법 쿠데타"라고 발끈하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의 상호관세 조치 차단 판결에 즉각 항소에 나서면서 행정부와 사법부 간 법정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있는 국제무역법원(CIT)은 지난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 행사에서 발표한 상호관세 발효를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미국 헌법에 따르면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규제할 독점적인 권한은 미국 의회에 있으며, 미국 경제를 보호하겠다며 발동하는 대통령의 비상 권한이 의회 권한보다 우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은 정부에 무제한적 권한을 부여한다고 해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입품 전반에 10%의 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댄 레이필드 오리건주 법무장관은 "이번 판결은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무역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법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1977년 발효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은 국가 안보나 외교, 경제와 관련한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 조항은 전시뿐 아니라 대통령이 수출입 통제,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하는 근거가 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무역적자가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며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발동했다.
백악관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측 정책 고문 스티븐 밀러는 "사법 쿠데타가 통제 불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성명을 통해 "불공정한 무역관계는 미국 지역 사회를 황폐화하고, 노동자들을 외면했으며 국방 산업을 약화시켰다"며 "이는 법원도 반박하지 않은 사실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가 비상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비선출직 판사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부 권한의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은 미국 5개 중소기업이 모인 '리버티 저스티스 센터'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지난달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들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결정 권한을 가진 연방의회의 절차를 건너뛰고 위법하게 관세 정책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권한 없이 관세를 부과했다고 했다.
뉴욕주를 포함해 총 12주(州)도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같은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소송 원고에는 네바다, 버몬트 등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인 주도 포함됐다. AP는 "상호관세에 대해 지금까지 최소 7건의 소송이 제기된 상태"라고 했다.
지금 뜨는 뉴스
이번 판결에 따라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 대상국과 진행 중인 협상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앞서 미 폴리티코는 국제무역법원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리면 현재 미국이 진행하는 무역 협상이 전면 중단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