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이 영어로 니체의 철학 토론…
결국 '밈'까지 만들어낸 한국의 교육열
'기러기 아빠'로 시작해 '라이딩 맘'으로
입시·사교육 소재로 ‘웃픈’ 현실 풍자하는 콘텐츠 인기
뜨거운 교육열은 유행하는 문화현상(밈·meme)까지 만들었다.
입시, 사교육을 소재로 '웃픈' 현실을 풍자하는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교육 1번지'로 통하는 대치동 사교육을 풍자한 '대치동 도치맘'은 올해 상반기 한국을 강타한 코미디 이슈다. 코미디언 이수지의 유튜브 '핫이슈지'에 올라온 10분짜리 영상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가 시발점이다. 이
영상에서 이수지는 '제이미 맘'으로 변신해 어린 자녀를 위해 학원 라이딩을 하고, 차에서 끼니를 때운다. 이수지가 착용했던 몽클레르 패딩, 고야드 가방 등은 대치동 엄마를 상징하는 패션 아이템이 됐을 정도다.
영상을 올린 지 3개월 만에 조회수 870만을 기록했다. 그만큼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감정들이 들어 있었을까. 우습지만 서글프다.
한국의 입시가 문화현상을 만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러기 아빠'였다. 유학 간 아이 곁에 아내를 딸려 보내고, 비용을 대기 위해 국내에 남아 홀로 살아가는 아빠를 뜻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기러기 아빠'에 대해 "1990년대 조기 유학 열풍에서 생겨난 현상으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독특한 가족 형태를 일컫는 신조어"라고 표현했다. '세계에 유례가 없다'는 대목, 이 역시 우습지만 서글프다.
이제 결국 '7세 고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까지 나왔다.
올해 3월 방영된 드라마 '라이딩 인생'에서 워킹맘 정은은 딸의 대치동 라이딩을 보모에게 맡기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자 직장까지 그만두려 고민한다. 학원 '예비초' 반에서는 만 5세 아이들이 '환경오염'을 주제로 영어 에세이를 쓰고, 할머니도 무거워서 놀랄 정도의 책가방을 끌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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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연출한 김철규 감독은 "유치원생이 토익 문제를 풀고 원어민과 니체의 철학을 영어로 토론하는 모습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며 "이런 현실을 우리가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드라마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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