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 업계는 외환위기보다 어려운 시국을 버텨내고 있다. 올해 1분기 건설 기성액은 약 34조원 정도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1% 빠졌다. 올해 들어 매달 공사를 한 뒤 받아야 할 돈이 20% 줄었다는 얘기다. 이 통계를 작성한 1997년 이후 그러니까,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금융위기 때도 이렇지 않았다.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불변)은 2023년 기준 171조9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8.9% 줄었다. 2008년 15.5%보다 더 큰 감소 폭이다. 지난해 6조6000억원 정도 늘긴 했지만 2022년 212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부동산 경기 한파 속에 계엄령이 발동되더니 현재까지 시계 제로다. 정국이 안정되지 않으니 민간에서는 집 짓기를 포기했다. 사람들의 이목이 정국에 쏠려 있는데, 수조 원짜리 사업을 추진하다 미분양이라도 나게 되면 생존을 가늠할 수 없다. 올해 3월 민간 쪽 건설 기성은 전년 대비 17.3% 줄어든 1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주택 기성은 전년 동월 대비 18.4% 줄어 11개월 연속 떨어졌다.
중소 건설사들은 길거리에 나앉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건설업 폐업 공고(일부 폐업·업종 전환 포함, KISCON)는 160건을 기록했다. 2011년(164건)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대흥건설(96위), 신동아건설(58위),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16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 중소 건설사들은 줄줄이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 5대 건설사도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확 줄었다.
대외 여건은 일말의 희망도 품기 힘든 수준이다. 저성장 구조 고착화,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금리인하 속도 둔화, 미국의 관세 인상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공사비 인상 등 건설업계는 말 그대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건설업의 위기는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세 분기 만에 역성장(-0.2%)했는데, 이중 건설투자는 -0.4%포인트 기여했다. 이번 역성장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소비의 경우 민간·정부 모두 성장률에 기여한 것은 0.0%포인트(보합)였다.
건설업계는 이번 대선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후보들의 행보는 달랐다. 지난 대선처럼 사업성도 없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나서거나 임기 내 지을 수도 없는 수백만 가구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주택공급 활성화, 재건축 규제 완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대 정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건설과 관련한 어떤 정책도 논의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이든 대선 후보들이 '토건 선거'를 지양한 것은 선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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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선 이후에는 달라야 한다. 건설업, 그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위기를 해결할 실질적인 로드맵과 구체적이고 명확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신규 주택을 얼마나 어떻게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킬 것인지, 적체된 지방 미분양은 어떤 방법으로 해소해 건설사들의 숨통을 틔게 할지,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집행할 것인지 등 건설을 살리기 위한 의문을 해소해 줘야 한다. 건설을 살려야 경제도 일어선다.
황준호 건설부동산부장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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