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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대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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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용기로 얻어낸 기회 지켜야
대화 단절, 독선이 초래한 혼란
시민 용기로 얻어낸 기회 지켜야

[초동시각]대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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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겨울과 봄을 거쳐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됐다. 단단하다고 여겨왔던 바닥이 무너지자 한없이 수렁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이 세상을 떠받들고 있다고 믿었던 기둥들이 흔들리고, 명징한 줄 알았던 질서 체계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우리 사회는 극도의 혼란과 두려움, 좌절의 시간을 보냈다. 이 시간을 보내며 가끔 생각이 난 사람이 있다.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있던 '어떤 사람'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 검찰 공소장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검찰의 공소장은 이렇다.


"그곳에 있던 시민들이 ○○특수임무대대 선발대가 타고 있던 중형버스 앞을 가로막거나, 중형버스 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국회로 진입하지 못했다."


다수의 총기와 탄약을 보유한 부대가 국회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는 무장 병력을 가로막은 시민의 저항 때문이었다. 차량 진입로를 막는 모습은 익히 봐왔지만 버스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용기는 상상을 초월한 일이었다. 갈 테면 가보라며, 버스 바퀴 옆에 엎드리는 용기는 어디에서 나올 수 있을까.


반년 가까이 생각해왔던 얘기를 꺼낸 것은, 혼란 속에서 다시 회복 과정을 밟고 있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다. 우리 모두는 그날 거리에서 군경을 막아선 시민의 용기에 빚을 졌다.


앞서 우리는 '촛불혁명'을 통해 정점에 서 있던 권력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권을 선출한 적이 있다. 탄핵 연대라는 시대적 공감 속에서 새로운 정치의 모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얼마 안 가 무너졌다. '나만 옳다'는 독선의 한계는 결국 정권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8년 전 기억보다 더 큰 우여곡절을 겪은 지금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할까. 지난 8년간의 반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현대 민주주의는 결국 입법부나 행정부, 사법부에 강력한 권한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권력이 언제나 올바르고 좋은 결정을 하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고 오류를 찾아내고 바로잡을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해야 한다. 대안 정치세력인 야당, 주류의 목소리에 이견을 제기하는 비주류, 비판적 언론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는 이를 '자정 장치'라고 불렀다. 인간에게는 언제나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필요하지만, 정부도 오류가 있기 때문에 이를 수정할 장치가 필요하기에 제도적으로 보완장치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경험에 비춰보면 정당과 의회의 자율성 회복이 출발점이다. 수평적 당정관계 수립이 비상계엄과 같은 참사를 막는 최저선이다.


대화를 통한 정치 역시 복원돼야 한다. 당과 당 사이에도, 당 내부에서도 적어도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 정치권력이 서로 대화를 거부하고, 이해하기를 포기한 순간 남는 것은 대결뿐이다. 총칼이 아닌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자는 것이 야만의 시대를 거쳐 현대 문명에 이른 결론이다. 대통령과 국회, 정당 간 대화채널은 복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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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간의 혼란의 결론이 이번 대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선을 통해 형해화된 우리의 민주주의를 재건하고 단단히 쌓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 여러 사람의 용기로 지켜진 이 소중한 기회를 통해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 제대로 재건해야 한다. 대선은, 끝인 동시에 시작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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