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18일 필리핀 마닐라서 기자간담회
필리핀, 동남아 시장 교두보
최근 3년간 연평균 40%대 성장률
"주류 문화 만들어 '진로 대중화' 확장할 것"
"우리의 경쟁자는 오비맥주나 롯데칠성음료와 같은 주류 회사가 아닙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지난 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경쟁자는) 넷플릭스, 여행, 스포츠, 다양한 취미 활동 등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콘텐츠"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넷플릭스 등 콘텐츠에 대항할 수 있는 주류 문화를 만들어 전 세계에서 '진로 대중화'를 이루겠다는 글로벌 전략을 소개했다. 현지 소비자의 기호와 문화에 기반한 맞춤형 전략을 통해 최근 3년간 연평균 40%대의 성장세를 거둔 필리핀 시장의 성공 사례를 토대로 동남아 전역으로 진로의 대중화를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7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필리핀 법인(Hitejinro Philippines)을 설립하고,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로 삼았다. 당시 필리핀 소주 시장은 한인 교포 중심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교민 수가 감소한 반면,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2013년 약 8만8000명이던 필리핀 내 재외 동포 수는 2023년 약 3만4000명으로 약 61%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소주 수출량은 약 3.5배 증가했으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약 41.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진로의 주소비층이 교민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또 오리지널 소주에 대한 현지 수요도 늘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2021년 61%에 달하던 과일 리큐르(과일 소주) 비율은 61%에 달했지만, 지난해 일반 소주 비중이 68%를 기록하며 역전됐다.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과 유사한 주류 소비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일 소주 등을 앞세워 현지 소비자에게 제품을 경험하도록 한 뒤, 일반 소주로 자연스럽게 전환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 대표는 "(필리핀에서) 진로는 단순히 한국의 술 또는 K컬처의 반짝이고 마는 인기 아이템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들의 일상 속에 스며드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면서 "한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마케팅, 현지 소비자 입맛을 반영한 제품 포트폴리오, 철저한 유통채널 전략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필리핀에서 현지 음식과의 페어링 콘텐츠 개발, K팝 콘서트 후원, 디지털 마케팅 등을 확대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친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대중성과 감성적 연결까지 강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하이트진로가 해야 할 일은 주류 산업을 통해 시간과 공간, 문화를 만들어 소비자들한테 재미있고 추억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라면서 "참이슬 진로는 세계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진로 대중화, 주류와 함께 문화를 제공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한류 확산과 함께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필리핀에서 매년 두 자릿수 고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은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주류 시장 중 하나로, 당사 제품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글로벌 전략을 실행해온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며 "필리핀 퍼져 있는 브랜디라는 주종보다 소주가 더 경쟁력 있다고 보기 때문에 두 자릿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101년을 맞은 하이트진로는 꾸준한 시간과 투자를 통한 콘텐츠로 당사 브랜드 체험을 늘려나갈 수 있는 음주 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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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새로운 100년을 시작한 올해는 하이트진로의 진로 대중화 전략에 있어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필리핀을 넘어 아세안 전역에서 진로의 존재감을 확장하고 앞으로 글로벌 주류 시장에서도 한류를 등에 업고 참이슬 진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100년 기업의 책임감과 주류 시장 발전을 선도해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쓰겠다"고 강조했다.
마닐라(필리핀)=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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