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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영화 '승부'와 천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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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만으로 될 수 없는 천재의 벽
'버닝'서 천재성 인정받은 유아인
공인 자격 등진 '악마의 재능' 경계를

[시사컬처]영화 '승부'와 천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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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천재라고 부르는 일은 영 내키지 않는다. 지능검사 결과는 평균 정도였는데 노력으로 꽤 좋은 성적을 얻었던 개인적 경험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천재라는 수식어는 노력으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훌쩍 넘은 극소수의 운동선수나 예술가 혹은 과학자들에게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공부라면 다들 잘했던 서울대 영문과 동기생 중에서 딱 한 명 천재라고 인정했던 친구가 있었다. 공인이니 실명을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남치형은 특이하게 바둑을 두었다. 취미 정도가 아니라 15살 때 입단한 프로바둑기사. 그게 어느 정도로 대단한 일인지 몰랐다가 우연히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아빠의 권유로 어릴 때부터 바둑만 뒀어.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때 이제 고3이 된다고 생각하니 대학에는 가야겠더라고. 그래서 입시를 준비했지."

나는 중고등학교 내내 고생해서 겨우 합격했는데, 뭐라고? 프로바둑 기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알아봤는데 내 머리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경외심이 생겼다. 모든 프로바둑 기사가 전부 천재는 아닐지 몰라도 상당수는 천재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응시한 사법고시 시험에도 바로 붙어놓고선 법조인이 되겠다는 진지한 목표 의식이 생기지 않는다며 미련 없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치형이를 보면서 그녀가 천재라는 확신을 굳혔다. 검색해 보니 지금은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화 '승부'는 치형이보다 훨씬 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바둑 고수 조훈현(이병헌)과 이창호(유아인) 기사의 인연과 대결을 담고 있다. 바둑이라는 소재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텐데, 시작할 때 자막에도 나오듯 실화와는 다르게 극화시킨 부분도 상당히 있어서 바둑을 전혀 못 두는 사람도 편하게 볼 수 있게 만든 대중적인 영화다.


이 영화를 마냥 편하게 보기 힘든 이유는 바둑이라는 소재 때문이 아니라 배우 유아인 때문이다. 유아인은 2023년 초에 온갖 종류의 마약을 투약한 범죄를 저지르면서 지금까지 활동이 중단된 상태인데, '승부'는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찍어놓았다가 뒤늦게 개봉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30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하이파이브'도 마찬가지. 2021년에 촬영을 마쳤는데 이제야 빛을 보게 되었다. 공들여 영화를 찍은 스태프와 출연진은 죄가 없으나 대중이 유아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나는 유아인을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의 연기는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 이 주장이 의심 가는 분이 있다면 영화 '버닝'을 보시라. 그가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배우의 계보를 이을 후계자이며 그중에도 장자라는 것이 나의 평가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기에 국한한 찬사일 뿐, 공인 혹은 연예인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것들은 별개의 영역이다.


대학 시절 내가 기억하는 치형이는 성격도 인성도 좋은 친구였으나, 천재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꽤 있다. 그 정도가 심하면 '악마의 재능'이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마약범죄를 저지른 후 연이어 두 편의 영화로 모습을 드러낸 유아인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하필 영화 '승부'에서 유아인의 상대역이 우리 시대 최고의 연기 천재 이병헌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병헌의 눈빛이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아인아, 너도 형처럼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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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SBS라디오 PD·소설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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