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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⑬"거점국립대 집중 지원해 서울대 10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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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문제 해결은 '대학 서열화 타파'에서 출발
거점 국립대 수준, 서울대만큼 올려야
서울대 제외 세계 100위권 대학 없는 현실
연구 중심 대학 만들려면 재정 지원 절실
美 캘리포니아 대학체제 벤치마킹해보자

대학 입시 제도를 바꾸면 수험생과 학부모, 이제는 7세 어린이까지 괴롭히는 '입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제안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한국의 대학 독점체제가 문제의 본질이고, 입시는 대학 서열의 종속변수로 벌어지는 일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대변되는 한국 대학의 독점적 체제가 있는 한 '입시 지옥'은 피할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이다.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거점 국립대의 수준을 서울대만큼 끌어올려야 입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⑬"거점국립대 집중 지원해 서울대 10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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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에만 '지옥 입시' 있느냐는 물음

해외의 대학 체제는 한국의 '독점 체제'와 다르다. 미국에도 하버드, 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로 통칭되는 명문 사립대들이 있다. 그러나 '다원적 서열'로 형성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분야별로 세계적 수준의 대학들이 수십 개 분포돼 있어서 한국만큼 대학 선택의 병목 현상과 줄세우기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고안한 김종영 경희대 교수의 분석이다. 물론 미국도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지만 모든 학생이 명문대 입시에 매달리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엄청난 돈을 사교육에 쏟아붓거나, N 수를 하는 상황은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은 사실상 대학 평준화가 이뤄진 나라가 많다.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 국가 대부분은 소위 1등 대학이 존재하지 않는 평준화된 대학들로 이뤄져 있다. 등록금도 거의 없어 사실상 대학 무상교육을 한다. 미국 대학과 유럽 대학들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와 걸출한 기업인을 배출하고 있다. 그 비결은 이들 대학이 '연구중심 대학'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구중심 대학' 만들기, 핵심은 탄탄한 재정

세계 최고 수준 대학들은 대부분 연구중심 대학이다. 연구중심 대학을 평가하는 지표로 통용되는 게 세계학술대학랭킹(ARWU)이다. 이 랭킹 100위권 안에 드는 한국 대학은 서울대(86위)뿐이다. 미국은 무려 38개의 대학이 들어 있고, 일본은 도쿄대·교토대가 50위 안에 포진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⑬"거점국립대 집중 지원해 서울대 10개 만들자"

전문가들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후보군인 우리나라 거점 국립 대학들이 연구중심 대학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부족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연구중심 대학들은 통상 한 해 3조~4조원의 예산을 쓰는데 서울대의 예산이 2조원 정도"라고 했다. 부산대는 8000억원 예산에 그친다고 한다.


한국의 교육 예산은 100조원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지만, 정부의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는 해외와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다. 2024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오로지 '대학'만 OECD 평균을 밑돌고 있다. 대학이 포함된 고등교육 단계의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2만499달러)의 66.2% 수준인 1만3573달러에 그친다. 대학에 들어가는 1인당 공교육비는 초등과 중고생 교육비 지출보다 절대액도 낮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대학교육 선진국들이 초등·중등교육보다 대학이 속한 고등교육에 공교육비를 더 많이 투하하는 것과 대비된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 시절 매년 재정적자가 100조원 발생했고, 사교육비는 연 30조원을 넘어섰다"며 "서울대 같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1년에 연간 3조원 정도 추가로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600조원 넘는 예산의 0.5%만 투자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1970~1980년대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 지방 거점 대학들은 연세대, 고려대 수준에 버금가는 대학이었다"며 "매년 3000억원 정도를 각각의 거점 국립대에 투자하고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반도체, 문화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면 5년 안에 과거처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체제 벤치마킹해 보자

예산의 집중적 지원을 통해 단기간에 성장한 대학 사례는 해외 곳곳에 존재한다. 우선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체제가 있다. UC버클리, UCLA 등 10개의 공립대를 연구중심 대학으로 만들겠다며 시작된 '캘리포니아 대학 마스터플랜'은 1960년 완성됐다. 1869년 세워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를 중심으로 독점 체제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거셌지만, 지역 정계와 클라크 커어 당시 총장의 결단을 통해 실행됐다.


'딥시크 쇼크'를 불러온 중국 딥시크 창립자 량원펑은 중국 저장대 출신이다. 저장대는 지금 ARWU 27위에 자리 잡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이 랭킹에서 100위 안에 드는 중국 대학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은 칭화대 등 13개 대학이 100위 안에 들었다. 미국만 벤치마킹 대상이 아닌 셈이다.


'이재명 대선 공약'…반짝 현상 아니길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정권 5년 만에 끝장을 볼 수 있는 일은 아닐지라도 초석을 놓는 첫걸음은 뗄 수 있다.


지난 4월 말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제안'을 발표한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서울 소재 몇 개 대학으로 향하는 대입 병목 현상이 입시 지옥의 실체이며, 수도권 쏠림, 지역인재 유출과 지역 침체의 원인"이라며 "지역의 통합국립대를 다시금 우뚝 세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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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은 "거점국립대의 뼈를 깎는 노력이 동반될 것"이라며 "정책의 핵심은 거점국립대와 지역의 국립·사립대학들 간의 '동반 성장 대학 협력체제'를 만드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⑬"거점국립대 집중 지원해 서울대 10개 만들자"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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