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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학벌은 계층 나누는 기준"…옥스퍼드대 교수가 바라본 '서울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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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열 풍자한 소설 <서울 엄마들>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 인터뷰
"재능 있는 아이들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

"한국서 학벌은 계층 나누는 기준"…옥스퍼드대 교수가 바라본 '서울 엄마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자리한 한 학원에 초중고 의대 진학 관련 홍보물이 세워져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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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슬퍼도 견뎌야 해. 이 길 끝에는 의대가 있으니까. 서울대가 있으니까.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지…."

소설 '서울 엄마들'은 금묘아파트에 사는 3명의 엄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살아온 환경도, 가진 스펙도 제각각이지만 이들에겐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야 한다'는 절박한 집념이다.
아파트 단지 안에는 금묘조리원, 금묘영어유치원, 금묘인스티튜트(사교육기관)까지 육아·교육 인프라가 한데 모여 있다. '금묘생활'은 조리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엄마 뱃속에서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조리원의 철학 아래 예비 엄마들은 태아 두뇌 발달에 좋다는 식단을 따르며 태교에 사명감을 품는다. 조리원 옆 영어유치원에선 아이는 물론, 아이를 데려다주는 학부모의 한국어 사용도 금지돼 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한국어 발음이 어색해져도 학부모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 옆엔 '대한민국 입시 성지'로 불리는 10층짜리 건물 금묘인스티튜트가 있다. 연봉 수십억원의 일타강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단연 '초등의대반'이다.

조지은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는 최근 출간한 소설 '서울 엄마들'에서 한국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과 학벌 중심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했다. 소설의 배경은 서울 강남구 대지동의 금묘아파트다. 얼핏 대치동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소설 속에서 '대한민국 엘리트 교육의 최전선'으로 묘사된다.


조 교수는 2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소설 '서울 엄마들'을 통해 입시와 학벌에만 매달리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풍자한 배경에 대해 "모두가 죽어라 공부만 하지만 정작 공부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부나 성공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벌보다는 삶의 방향성을 정립해나가는 자세가 더 중요하지만 조 교수가 본 한국 엄마들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학벌'이라는 단어는 영어에선 큰 의미가 없고, 실제로 사용되지도 않는다"며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계층을 나누는 기준이 됐다. 하버드대를 나왔다고 해도 향후 그 타이틀이 새로운 부담감이 되기도 하는데, 결국 중요한 건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가 아닌, 어떤 꿈과 열정을 갖고 살아가느냐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한국서 학벌은 계층 나누는 기준"…옥스퍼드대 교수가 바라본 '서울 엄마들' 조지은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교육 구조를 꼽았다. 조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왔음에도 여전히 시험 점수에 집착하고, 정형화된 교육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며 "K-콘텐츠 등 다른 분야는 세계적 위상을 가졌는데, 교육만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영어교육에 있어서는 학부모들이 지나치게 '학습 시기'에 집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아동의 영어 노출 시기는 평균 4세로, 전 세계 평균인 7.5세보다 훨씬 빠른 편"이라며 "그런데도 전반적인 의사소통 능력, 특히 말하기나 상호작용 기술은 상대적으로 낮다. 중요한 건 '몇 살에 영어에 노출되느냐'보다 '얼마나 즐겁게 노출될 수 있느냐'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교육열에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책에도 등장하는 '사당오락(4시간 자면 시험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 같은 현실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이야기라며 "해외에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라는 표현 자체가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시험을 잘 보면 공부를 잘한다고 여기지만 진짜 재능 있는 아이들은 성장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입시 경쟁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으로, 4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유아 사교육비 역시 만만치 않다. 교육부의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를 보면 지난해 3분기(7~9월) 영유아를 둔 가구가 지출한 사교육비는 약 8154억원에 달한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2000원, 영어유치원에 다닐 경우 월평균 154만5000원을 지출한다.


대치동의 치열한 교육 현실을 풍자한 개그우먼 이수지 씨의 '대치맘' 콘텐츠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그는 "'대치맘' 콘텐츠는 소설에서 그려낸 캐릭터들과도 너무 비슷하다"며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대단한 관찰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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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이러한 현실이 저출산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사교육비로 부모들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고, 그로 인해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라며 "저출산과 사교육 문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 10세 이전에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보다는 놀이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도움 된다"고 덧붙였다. '아이가 행복하고 즐거운 것을 하게 하라'는 것을 교육 철학의 중심으로 삼고 있는 조 교수는 엄마들에게 무엇보다도 '대화'가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고 조언했다. 아이와 자주, 깊이 소통하는 것이 교육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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