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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대사를 만나다]핵우산 함께 쓰자는 마크롱…"유럽, 어느 때보다 단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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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협력 유럽·한반도에 위협
프랑스 '북한 비핵화' 목표 추구
원자력, 안전·지속가능한 에너지

AI 스타트업 600개 이상
AI 관련 졸업생 매년 4만명 배출
연구·교육 위해 1兆 이상 투자

양국 해양 관련 협력 특히 적극적
내년 韓·프랑스 수교 140주년
양자기술 등 신기술 협력 기대

[주한 대사를 만나다]핵우산 함께 쓰자는 마크롱…"유럽, 어느 때보다 단결돼" 필립 베르투 주한프랑스대사가 16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주한프랑스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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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월5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프랑스는 핵 억지력을 통해 유럽의 동맹국 보호를 위한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며 유럽 내 핵우산 확대 담론을 제기했다. 크렘린궁이 하루 만인 6일 "나폴레옹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며 즉각적인 비판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국제사회 파장이 큰 발언이었다.


필립 베르투 주한프랑스대사는 지난 16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프랑스 핵 억지력의 유럽적 차원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유럽 방위에 대한 프랑스의 기여, 한발 더 나아가 유럽·대서양 지역에 대한 프랑스의 기여는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기여를 보완하는 성격으로, 경쟁적인 성격을 띠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핵 억지력은 파괴력을 지닌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사실만으로 상대국의 공격 의지를 꺾는 전략으로 '품속에 숨긴 칼'과 비슷하다. 지난 13일에도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의 입을 통해 유럽 동맹국 영토 내 핵무기 배치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이를 재확인했다.


영국이 떠난 유럽연합(EU)에서 핵무기를 가진 나라는 프랑스뿐이다. 프랑스가 보유한 핵탄두는 약 290개로 미국(5000개 이상)이나 러시아(5000개 이상)에 비하면 적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4위 규모다. "유럽 안보를 미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적처럼 현실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유럽의 자강론(自强論)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이 구체화할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선 유럽 내 프랑스 핵우산 확대를 둘러싼 잡음도 있다. 특정 국가가 유럽의 방위 문제를 주도한다는 볼멘소리다. 베르투 대사는 이런 논쟁에 선을 그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래 '단결된 유럽'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베르투 대사와의 일문일답.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핵 억지력이 유럽 안보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프랑스는 어떤 책임감을 갖고 있는가.


▲2020년 2월 에콜드게르(Ecole de Guerre) 연설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중대한 이익은 유럽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며, 프랑스의 핵전력은 그 자체로 억지력 역할을 해 유럽의 안보를 강화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3월 대통령은 이를 재확인하고 유럽 파트너들에 프랑스의 억지력이 제공하는 보호에 대한 전략적 대화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프랑스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유엔(UN) 헌장을 포함한 국제법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는 특히 NPT가 초석이 되는 국제 핵 비확산체제를 옹호하는 동시에 포괄적이고 점진적이며 검증 가능한 군축(軍縮) 노력을 포함한다.


-일각에선 EU 회원국들이 프랑스가 주도하는 핵 시스템 관련 공동 핵심 구상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이 이슈에 관해 EU 회원국들이 힘을 합칠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프랑스 핵 억지력의 유럽적 차원을 재확인한 것이다. 유럽의 논의 내용에는 프랑스가 주도하는 공동 핵 시스템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지 않는다. 명확히 하고픈 점이 있다.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파트너들과 프랑스의 핵 억지력이 우리의 집단안보에 미치는 역할에 관해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은 나토의 틀 내에서 유럽에 제공되는 안보 보장을 복제하거나 대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유럽 방위에 대한 프랑스의 기여, 더 나아가 유럽·대서양 지역에 대한 프랑스의 기여는 다른 나토 회원국의 기여를 보완하는 성격을 지녔으며, 경쟁적인 성격을 띠지 않는다.


질문에서 유럽 내에서도 안보 문제, 특히 유럽 방위에 관한 의견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나는 유럽이,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보여준 단결을 강조하고 싶다. 올해 3월 초 EU와 회원국들은 방위 문제에 대해 결정적인 조치를 취했는데, 여기에는 유럽 영토 내에서 군사 장비를 구매하고 생산하기 위한 공동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는 EU의 단결이 열매를 맺고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진전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략적 자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프랑스는 나토 및 미국 같은 오랜 동맹과의 관계를 지속하면서 독립성을 어떻게 유지할 계획인가.


▲질문에서 언급한 독립성은 실제로 국제무대에서 주권과 행동의 자유에 관한 문제로, 마크롱 대통령과 전임자들은 항상 이를 보존하려고 노력해왔다. 이 점에 대해 오해가 없도록 해두고 싶다. 유럽이 직면한 문제는 단독으로 방위를 확보하느냐, 미국과 협력하느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유럽이 자율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자체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강화된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다. 동맹국 미국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항이기도 하다. 이것이 프랑스가 나토 내에서 한 약속을 충실히 지키는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나토의 유럽 중심축을 강화하고자 하는 이유다. 중심축은 유럽 땅에서 장비를 공동생산하고, 협력을 강화하며, 외부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두 가지 역할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강화한다.


-북한이 길어지는 러·우 전쟁 덕을 보고 있고 더 과감한 국제적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이슈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평양에 어떤 정책을 취할지는 미국 행정부의 몫이지만, 미국은 이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거듭 재확인한 바 있다. 질문에서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을 통해 얻는 이익을 언급했다. 이런 문제는 등한시돼서는 안 된다. 유럽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북·러 군사협력과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확고하게 규탄한다. 프랑스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목표를 추구한다. 평양을 겨냥한 제재 체제를 감시하고 완전히 이행하는 데도 전념하고 있다. 프랑스는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 창립회원국이기도 하다.


-프랑스 파리 인공지능(AI) 정상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윤리적이고 주권적인 AI 개발 중요성을 강조했다.


▲AI 주권을 보장하는 것은 외부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우리 가치와 이익에 부합하는 AI 개발을 위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이 목표는 연구역량 강화, 스타트업 지원, 경제에서 AI 도구의 폭넓은 보급 등 전반적인 개발 지원으로 연결된다. 프랑스의 인프라·스타트업 민간투자는 1090억유로(약 170조원)로 상당한 규모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유럽 내 프로젝트를 위해 2000억유로(약 313조원)의 공공·민간자금지원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프랑스와 유럽은 글로벌 AI의 최전선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핵심 가치인 포용성, 인권 보호, 민주주의 원칙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는 AI 기업을 유치하고 AI를 육성하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를 기반으로 삼았다. 혁신과 지속 가능성의 균형을 어떻게 추구하는가.


▲원자력 에너지는 본질적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다. 프랑스 에너지믹스의 기반으로 AI에 필요한 수많은 데이터센터와 컴퓨터에 친환경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프랑스는 이런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위치에 있다. 거꾸로 원자력에너지 부문에서 AI 기술은 발전소 모니터링 및 예측 유지 관리, 장비 운용 최적화, 폐기물 흐름 관리 등에 쓰일 수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최신 'AI 지수보고서'에서 미스트랄AI의 '라지(Large)'가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포함됐다. 프랑스 정부는 어떤 기업 친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가.


▲프랑스는 AI 연구에서 매력적인 나라다. 공공연구소가 많을 뿐만 아니라 삼성 같은 한국 기업을 포함한 여러 민간기업이 연구개발(R&D)센터 설립을 위해 선택한 나라이기도 하다. 프랑스에는 600개 이상의 AI 스타트업이 있는데 76개는 생성형 AI 전문스타트업이며 16개에 달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다. 프랑스는 매년 AI 관련 신규 졸업생을 4만명 넘게 배출하고 AI 연구·교육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7억6000만유로(약 1조1891억원)를 투자한다. 매년 10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한 대사를 만나다]핵우산 함께 쓰자는 마크롱…"유럽, 어느 때보다 단결돼" 지난 3월 베르투 대사가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블루토크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한프랑스대사관

-한국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을 겪고 있는데, 안정되면 프랑스는 어떤 이슈를 논의하고 싶은가.


▲국제 긴장 속에서 인도·태평양 안보 문제에 있어 양국의 상호 연결성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는 안보리 일원으로서 러·우 전쟁, 불법적인 북·러 협력 등과 관련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양국은 또 AI·우주·양자 기술 등 신기술과 다양한 의제에 관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 현재 양국은 해양 관련 협력에 특히 적극적이다. 6월 개최 예정인 UN 해양총회(UNOC) 이후 한국은 칠레와 4차 UN 해양총회 공동 개최에 나선다. 또 내년인 2026년은 양국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로, 향후 10년간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추진하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기념행사는 정치·안보·경제·문화·인적교류 등 양국 협력의 전 분야를 다룰 것이다.


-2023년 주한프랑스대사로 부임한 이래 가장 기억에 남거나 유의미한 일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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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하나를 꼽기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추억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및 유족들과의 만남일 것 같다. 부임 초기인 2023년 7월 서울과 부산에서 참전용사 고(故) 앙드레 다차리씨를 뵌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에 돌아가셨다. 프랑스 유엔 대대 전우들의 묘 앞에서 우시던 그분의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 그분의 말씀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친구들을 생각할 때면 슬픔의 눈물을 흘리지만 그들의 희생 덕에 이루어진 한국의 눈부신 성장을 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양국이 여러 과제에 직면해있는 오늘날 인생과 용기에 대한 가르침이자 한국에서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영감을 주는 이 기억을 되새겨본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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