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1> 마약과의 전쟁은 현재 진행형
1971년 닉슨 대통령 선언
마약 종류·소비 되레 늘어
펜타닐·안보 위협하기도
지난해 중독자 4000만명
年 10만명 과다복용 사망
"국민의 적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선언으로 반세기에 걸친 미국판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은 1960년대 후반 히피 문화와 함께 마약 사용이 급증했다. 헤로인, 대마초, 코카인 등의 마약류가 청년층 사이에 퍼졌고, 사회 불안도 커졌다. 닉슨은 마약과의 전쟁을 국가 정책 우선순위에 올리고, 밀매 조직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그 뒤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마약과의 전쟁은 비효율적이라는 말도 들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들어 오히려 마약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소비도 확대됐다. 코카인과 마리화나 외에도 메스암페타민, 펜타닐 등 새로운 종류의 마약이 등장하면서 끝도 없는 싸움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합성 마약성 진통제가 남용되면서 이른바 '오피오이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제약회사가 당국을 상대로 합성 마약성 진통제를 환자들에게 쉽게 처방하도록 로비한 결과, 1999∼2021년 64만5000명의 미국인이 숨졌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선 합성 마약이 확산했다. 특히 최근 10년 중국과 멕시코를 거쳐 들어오는 펜타닐은 조직범죄·테러·무기 밀매와 얽힌 복합적 안보 위협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말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의 구실로 펜타닐 밀매를 들고 있는 것이 그냥 과장은 아니라는 뜻이다. 트럼프는 "펜타닐을 포함한 치명적 마약이 우리 시민을 죽이는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마약 단속 업무에는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 국토안보부(DHS), 관세국경보호청(CBP), 연방수사청(ATF) 등이 개입하고 있다. 이 기관들은 마약의 생산·유통·자금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각자 특화된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한다. 특히 1973년 설립된 DEA는 국내외 마약 조직 해체에 집중한다. 전 세계에 지부를 두고 합성 마약 원료 추적, 밀수 조직 검거, 자산 몰수 등을 전담하고 있다. 한국 수사 기관들이 마약과 관련해 교류하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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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단속에도 미국 마약 중독자는 지난해 기준 4000만명에 육박하고, 연간 약 10만명이 과다복용으로 사망하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중국·인도에서 밀수된 합성마약이 미국 마약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미국의 마약과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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