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배달기사 등 대상
지하철역 등 간이쉼터 운영
충전·생수·핫팩 등도 제공
평일 오후 1~10시 운영
12일 오후 1시께 찾은 서울 관악구 사당역의 이동노동자 쉼터. 서울시가 대리기사, 배달 기사, 보험설계사 등 이동노동자들의 휴게권 보장을 위해 지난 3월 지하철 역사 내에 조성한 간이쉼터다. 쉼터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오후 4시까지 이곳을 찾은 이동노동자는 2명, 이마저도 5분 정도 머물다 금방 자리를 떴다.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의 북창 쉼터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2시께부터 쉼터를 찾는 이는 많지 않았고, 약속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잠시 앉아있다가 나가기를 반복했다. 쉼터 관리자는 "지금이 혹한기나 혹서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용객이 적은 경향이 있지만, 원래 이 시간엔 사람이 많이 없다"며 "대리기사 같은 이동노동자들은 저녁이 돼서야 쉼터를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동노동자 휴게권 보장을 위해 설치한 지하철 역사 내 간이 쉼터들이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당·종각역 이동노동자 쉼터는 접근성 높은 장소에 쉼터를 마련해 달라는 이동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마련됐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지하철역과 환승역 등 이동 시 자주 찾는 지하철 역사 2곳이 우선 선정됐다. 사당역 쉼터는 2호선 사당역 5·6번 출구 인근 상가(109호), 종각역 쉼터는 1호선 종각역 5·6번 출구 인근 상가(101호)에 위치하고 있다.
지하철 역사 내 쉼터는 택배·배달·대리운전기사뿐만 아니라 가사관리사, 방문 검침원, 보험 모집인, 학습지 교사 등 다양한 직종의 이동노동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쉼터 출입은 핸드폰으로 출입용 QR코드를 발급받아 이용할 수 있다. 쉼터 내부에는 이동노동자들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으며, 휴대폰 충전기, 냉난방 설비, 공기청정기, 생수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 특히 사당역 쉼터는 여성 전용 휴게공간을 별도 조성했다. 쉼터를 방문하는 이동노동자들에게 혹서기에는 생수·냉방용품, 혹한기에는 핫팩·방한장갑 등 계절별 안전 물품을 제공한다.
하지만 일각에서 쉼터 운영 시간을 두고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평일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만 운영되는 탓에 이용자들의 실질적인 수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하철 운행이 종료되면 어쩔 수 없이 쉼터도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이유가 있지만, 서초나 합정 등 다른 지역에 있는 거점 쉼터의 경우 이미 야간에도 운영하고 있다.
쉼터 이용자 가운데는 야간에 일하는 대리기사가 많다. 합정과 서초에는 오전 6시까지 운영하는 이동노동자 쉼터가 있지만, 종각역 인근에 있는 북창 쉼터는 오후 8시까지밖에 운영하지 않아 사실상 근처 대리기사들은 야간에 쉴 곳이 없는 상황이다. 대리기사 박모씨(39)는 "보통 직장인들의 회식이 끝나는 오후 9시부터 대리운전을 시작하는데 야간에 갈 수 있는 쉼터는 한정적이라 아쉽다"면서 "낮보다는 밤 시간대에 운영하는 곳을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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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를 운영하는 서울노동권익센터 측은 북창 쉼터는 애초에 퀵서비스 노동자를 겨냥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야간까지 운영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북창 쉼터가 있는 건물이 문을 닫아야 하므로 운영 시간을 늘리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 운영을 해보고 이동노동자의 의견을 들은 뒤 운영 시간 등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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