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
블랙록·팔란티어·시티그룹 등
글로벌 기업 수장 대거 참석
가자 전쟁·핵전쟁 등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페르시아만 일대 3개국을 순방한다. 중동 최대 동맹국들과의 경제 및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순방과 이스라엘·가자지구 전쟁, 고조되는 이란 문제, 핵 정책, 인공지능(AI) 등 글로벌 이슈가 맞물려 있어 미국의 중동 정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를 차례로 방문한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첫 공식 순방이다. 이번 중동행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수행한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은 현지에서 합류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은 단순한 외교 방문이 아닌 투자 외교의 성격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임기 중 첫 주요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택한 데 대해 "2017년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투자 약속이 우선순위를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미국에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방문에서도 유사한 규모의 경제 협력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일 머니 유치를 위해 미국 글로벌 기업 수장들도 리야드에 집결한다. 이날 리야드에서 열리는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는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 등을 비롯해 시티그룹, IBM, 퀄컴, 알파벳, 프랭클린 템플턴 등의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백악관의 AI·가상자산 정책 담당자 데이비드 색스도 동행한다.
기술, AI,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국가들은 이미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이번 순방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4년간 6000억달러를, UAE는 10년간 1조40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으며, 카타르 역시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1조달러(약 1400조원) 이상 경제 합의를 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아부다비상업은행(ADCB)의 모니카 말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걸프 국가 간 다방면의 투자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AI, 에너지, 알루미늄 분야뿐 아니라 반도체 분야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에너지 분야에 국한된 미국과 중동 간 협력이 기술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이번 순방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미국과 걸프 국가 간 신기술과 에너지, 지정학이 결합한 '신형 파트너십'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오일머니 유치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도 중동 순방길에 앞서 무기 수출 규제 완화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는 미국산 무기 최대 수입국인 걸프 국가들이 환영하는 조치"라고 했다.
이번 순방의 또 다른 이슈는 핵 협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의 민간 핵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미국의 지원을 요구해 왔으며,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가 그 전제조건이었다. CNBC는 "이번 트럼프 방문을 계기로 해당 조건이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 역시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공언하며 휴전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최근 가자지구에 대해 '중요한 부동산(real estate)'이라며 미국이 직접 통제할 수 있다고 발언해 아랍권의 반발을 샀다.
가자지구 갈등도 오히려 심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은 최근 21일간의 적대행위 중단과 일부 인질 석방을 제안했지만, 이스라엘은 오히려 가자지구 남부 라파 지역으로의 군사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국교 정상화'라는 대형 외교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중동 전문가 알리 시하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방문에서 양국 간 경제 협력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며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는 현재 진전이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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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전문가들은 '가자 사태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순방의 핵심은 경제 협력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무기 수출과 대규모 투자 약속 등 '거래 중심 외교'를 재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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