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대선 경선 주자들 일제히 반발
한동훈 "북한도 이렇게 안 해"
안철수 "기습 쿠데타·막장극"
나경원 "참담하고 국민에 죄송"
조경태·윤상현 등 중진도 심사숙고 만류
빅텐트 거론 이낙연·이준석도 비판
이낙연 "불출마…국힘, 정신 못차려"
이준석 "후보 내쫓기론 전과 4범"
국민의힘 지도부가 10일 심야 대선 후보 교체에 나서자 대선 경선 후보·중진·비윤 의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의 국민의힘 비판, 출마가 예상됐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고문의 불출마 선언까지 나오면서 빅텐트·스몰텐트 모두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3차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와 경쟁했던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들이 새벽 3시에 친윤이 미는 1명을 당으로 데려와 날치기로 단독 입후보시켰다. 직전에 기습 공고해 다른 사람 입후보를 물리적으로도 막았다"며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 후보 측과 한 전 총리 측은 전날 국회에서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여론조사 역선택 방지조항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양측의 협상이 결렬되자 국민의힘은 이날 새벽 비상대책위원회의,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지위를 박탈, 한 전 총리를 새 대선후보로 지명했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야밤의 정치 쿠데타'로 규정하고 법적·정치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한 전 대표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억지로 한덕수 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내면 국민으로부터 표를 얼마나 받을 것 같나"라며 "친윤들은 자기 기득권 연명을 바랄 뿐, 승리에는 애당초 관심 없었던 것이다. 아직도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 추종자들에 휘둘리는 당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경선 주자였던 안철수·나경원 의원도 당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간밤의 후보 교체 상황에 대해 "당 지도부는 당원들과 국민들이 잠든 한밤중에 기습 쿠데타처럼 민주적으로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를 취소시키고, 사실상 새 후보를 추대하는 막장극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 민주정당사에서 전무후무한 흑역사와 치욕의 날로 기록되고 말 것"이라며 "21세기 대명천지에 비상계엄과 대선 후보 교체 쿠데타로 당을 폭망시켜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나 의원도 페이스북에 "끝끝내......"라며 "참담하다. 그리고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이것은 내가 알고 사랑하는 우리 국민의힘의 모습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당내 중진 의원들의 비판에도 직면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문수 후보에 대한 교체 강행은 실익도 감동도 얻을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단일화에 대한 약속도 김 후보의 입장에서 보면 온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후보 간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협상 역시, 이제 마지막 고비 하나만 남겨둔 상황인데, 마지막 문턱을 넘기 전, 왜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이냐. 당 지도부는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대타협의 자리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친한(친한동훈)계이자 6선인 조경태 의원은 "대국민 사기극이며 쿠데타"라며 "단 한 번의 TV 토론이나 후보 검증 절차 없이 특정 후보를 비대위에서 선출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이는 심각한 당의 분열과 당의 존립을 흔드는 초유의 사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의원뿐만 아니라 친한계 의원 상당수도 당 지도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문수 아니라 누가 선출됐어도 우격다짐으로 갈 작정이었나"라며 "당을 존중하고자 무던히 노력해왔지만, 이 야밤의 법석은 당의 원칙에 대한 심대한 도전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적었다. 박정훈 의원은 "이번 '심야의 한덕수 추대'는 우리 당의 도덕성과 상식의 눈높이가 얼마나 국민의 그것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직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및 당원들도 성명서를 내고 비대위와 당 선관위의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그들은 "지난 밤 비대위는 고작 60여명의 국회의원의 찬성을 기반으로 당의 공식적 경선을 통해 선출된 대선 후보를 교체하는 비대위 계엄'을 선포했다"며 멋대로 비상적인 상황을 규정하고 계엄을 선포하듯 이러한 조항을 악용한다면 그 효력이 상실될 뿐 아니라 거센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후보 교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 대해 이낙연 고문, 이준석 후보가 비판하면서 반이재명 연대가 사실상 깨진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이낙연 고문은 이날 당원들에게 보낸 글에 "양대 정당의 극단 정치로 미쳐 돌아가는 광란의 시대에 제가 선거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통감했다"며 "고심 끝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사람의 선거를 돕지도 않겠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언급하며 빅텐트에 선을 그었다.
이준석 후보도 페이스북에 "선거에 연속으로 이긴 당 대표를 생짜로 모욕줘서 쫓아낸 것을 반성할 것은 기대도 안 했지만, 사과할 것을 검토할 의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운 줄은 아는가 했지만, 대선 후보를 놓고 동종 전과를 또 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대표나 후보 내쫓기로는 이제 전과 4범"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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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의 결정이 당·내외로 비판을 받으면서 빅텐트는커녕 스몰텐트도 무너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는 법치이고, 그걸 깬 사람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이번에 또 이렇게 당내 법치를 깬 것은 국민의힘"이라며 "이 상황에서 보수 유권자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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