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앞두고 다양한 작품 개봉
팩트에 입각한 전망… 언론과 닮아
혼돈의 정치 상황 예측 가늠자 역할
![[시시비비]'가난한 장르' 다큐멘터리의 풍년을 바라보며](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50809473048437_1746665251.jpg)
다큐멘터리는 인기가 없는 장르다. 독립영화 형태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다큐멘터리는 제작자를 구하지 못해 제작 기간 내내 자금난에 시달리며 고생 끝에 간신히 마지막 편집을 마쳐도 상영관이 없어서 흥행은 대부분 실패한다. 100년이 훌쩍 넘는 영화의 역사 속에서 생존에 급급했던 '저주받은 장르' 다큐멘터리가 대한민국에서 대목을 맞고 있다. 마치 다큐멘터리의 르네상스를 맞이한 것 같은 이 낯선 풍경의 주인공은 세 사람이다.
'어른 김장하'. 지난해 개봉하고 조용히 상영을 중단했지만 문형배 전 헌재 소장과의 인연이 화제가 되면서 4월 시청 시간 4100% 증가라는 '기적의 역주행'을 기록했다. '어른 김장하'는 60년간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번 돈을 '세상의 형평'을 위해 내놓은 우리 시대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경남MBC가 제작한 2부작을 극장용으로 다시 편집했다. 김장하의 선행을 강조하기 위해 클로즈업을 사용하거나 슬로모션, 음악을 과장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딱 한 번, 마지막 장면에서 환하게 웃으며 경례하는 김장하의 얼굴이 화면을 채울 뿐이다.
'힘내라 대한민국'. 주인공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지난 2월 개봉한 이 다큐멘터리는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윤 전 대통령 지지하는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자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우리는 계몽됐다"고 외쳤다. 적은 개봉관과 상영 회차에도 불구하고 개봉 2주 만에 관객 6만명을 넘어서자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상영관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공영방송 채널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배경에 중국과 북한 간첩, 부정선거가 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도 했다.
'알데아스, 새로운 이야기(Aldeas, A New Story)'. 4월27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다큐멘터리가 곧 개봉한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가 감독한 이 다큐멘터리는 교황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와 2013년 교황이 설립한 비영리 교육 재단 '스콜라스 오쿠렌테스'의 활동을 담고 있다. 교황은 재단의 다양한 활동이 "인간의 사회성과 갈등의 뿌리를 탐구하고 있어서 아름답고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상업적 목적으로 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곧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법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교의 벽을 넘어 무신론자에게도 '희망이라는 이름의 신'을 보여준 어른의 모습을 생생한 화면으로 다시 볼 수 있다.
한 번도 함께 만난 적이 없는 이 세 사람에게 공통점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있다면 최근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살다가 자의로, 타의로 그리고 죽음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뿐이다. 이들의 삶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그들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추모한다.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출현한 시대는 없었다. 현실을 직시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테크놀로지가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다큐멘터리는 탄생부터 지금까지 세상의 모순과 싸워왔다. 팩트에 근거해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때문에 민주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효율적 수단이다. 그래서 모든 예술 장르 중 저널리즘과 가장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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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조명하는 '하보우만의 약속'이 지난달 개봉한 데 이어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등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줄줄이 개봉했다. 관객과 시청자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수많은 여론조사보다 훨씬 정확한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임훈구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keygri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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