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상남 YK 대전 분사무소장
"공공기관·공직자 사건, 첫 대응부터 정교하고 신중해야"
"공직자 사회는 사건이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모든 상황이 달라집니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법률 대응은 훨씬 더 정교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YK 대전 분사무소장이자 대전경찰청 수사심의위원, 산업통상자원부 고충심사위원 등으로 활동 중인 김상남 변호사(사법연수원 44기)는 대전 법률시장의 특성을 이렇게 진단했다. 대전은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조폐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이 밀집해있어 사건 하나하나의 민감성과 파급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2024년 기준 대전시 공무원 수는 4234명에 달한다. 중앙행정기관 다수가 이전을 완료한 인근 세종시의 공무원 수는 2022년 기준 2516명에 이른다. 공무원뿐 아니라 다양한 공공기관 근무자까지 포함하면 지역 내 공공부문 종사자 수는 훨씬 많다.
◆'경력' 걸린 싸움, 핵심은 첫 대응
대전은 공직자와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많은 도시인 만큼 사건 하나가 개인의 경력뿐 아니라 조직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변호사가 겪은 사건들 역시 조용한 도시 안에 감춰진 복잡한 법률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지난 2022년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외부에 누설했다는 혐의를 받던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공무원 사건을 맡았다. 국가정보원과 방위사업청까지 관여한 이 사건은 민감한 사안으로 비화됐고 공무원 의뢰인은 형사처벌 위기에 몰렸다. 김 변호사는 사건 초기부터 연구소의 보안 규정과 정보관리 체계, 내부 보고 절차를 면밀히 분석했다.
문제가 된 정보가 법률상 '기밀'로 분류될 수 없다는 점과 정보 전달에 고의성이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직접 조사에 입회해 강도 높은 수사로부터 의뢰인을 보호한 결과 검찰 송치 이후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아냈다. 공안 사건의 특성상 초동 대응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사례였다.
2023년에는 누리호 기술 유출 혐의로 고발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자들을 대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발로 시작된 이 사건에서 연구자들은 이직을 앞두고 누리호 관련 자료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사무실과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자료가 연구소 내에서 통상적으로 열람 가능한 수준의 자료였고 이직 또한 정부와 항우연 간 정식 기술이전 계약 절차 내에서 진행됐다는 점을 소명했다. 기술 유출의 고의성이 없었고, 절차상 위법이 없었다는 점을 조기에 입증해 약 7개월 만에 전원 혐의 없음 결론을 끌어냈다.
공직자와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경우 사소한 전달이나 판단 하나가 곧 조직 전체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의혹이 제기된 초기 단계부터 사건의 구조를 해석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법리와 사실관계를 분리해 대응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故 김하늘양 유가족 법률 조력
김 변호사는 지역사회에서 억울한 피해를 입은 시민과 약자 보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공익 차원에서 실비 수준의 착수금만 받고,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 살해당한 고(故) 김하늘 양의 유가족을 대리해 악성 댓글 게시자들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경찰은 지난달 16일 악의적인 댓글을 게시한 40대 남성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달 23일에는 가해 교사 명재완뿐만 아니라 학교 교장과 대전광역시를 상대로도 공동 책임을 묻는 총 4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의 성공보수는 법인과 유가족 명의로 기부할 방침이다.
한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영리 약취 및 유인 등), 공용물건손상,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명재완의 형사 재판은 오는 26일 진행될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피해자 권리 보호와 지역사회 전체의 상처 회복을 목표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비극적인 사건을 둘러싼 온라인상 2차 가해 행위에 엄정한 법적 대응으로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변호사는 "비극적인 사건을 조롱을 하는 범죄행위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며, 합의 등의 선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법무법인 차원의 자원을 총동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과 협력해 지역 로스쿨 학생들에게 실무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소속 법무법인 및 사단법인 옳음과 함께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법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 중이다. 김 변호사는 지역의 법률시장은 작아도 다뤄야 할 문제는 절대 작지 않기에 공익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건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공기관과 지역사회가 맞닿은 사건일수록 조용하고 정확한 대응이 곧 실질적인 해결의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약력
-서울 성동고
-동국대 법학과
-제54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44기 수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대전광역시 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위원
-업통상자원부 고충심사위원회위원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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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YK 대전 분사무소장
이종구 기자 9155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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