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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브랜드는 기억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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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중심 유통 시장
브랜드의 역사·철학은 뒷전
낮은 가격과 배송 편리함
플랫폼 편의 넘어선 브랜드 전략 절실

"쿠팡에서 샀는데, 브랜드는 잘 모르겠어. 내가 그냥 주소 보내줄게."


가성비 좋은 제품을 추천하겠다던 친구는 제품의 링크만 공유했다. 제품은 분명 팔렸지만, 브랜드는 남지 않았다. 플랫폼 중심의 유통 생태계에서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다.

[초동시각]브랜드는 기억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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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시장은 쿠팡과 네이버 등과 같은 거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됐다. 소비자의 관심은 '어디서 무엇을 사느냐'보다 '얼마나 저렴하고 빠르게 배송되느냐'로 쏠린다. 특히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편리함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플랫폼 충성도로 바꿨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했지만, 브랜드가 아닌 쿠팡을 소비한 것이다.


플랫폼은 소비자에겐 편리함을, 판매자에겐 최저가 경쟁을 강요한다. 브랜드의 역사, 품질, 철학은 '가장 낮은 가격'이라는 기준 아래 밀려난다. 제품은 '이름 없는 상품 목록'의 한 줄이 되고,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잃는다. 게다가 플랫폼은 고객 데이터를 브랜드와 공유하지 않는다. 브랜드는 '누가, 왜, 어떤 맥락에서' 자신을 선택했는지도 모른 채, 제품만 공급하고 있다. 브랜드는 데이터와 전략을 잃는다.


이런 위기를 먼저 인식한 기업이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다. 나이키는 2019년 온라인 매출 절반을 의존하던 아마존과의 계약을 스스로 종료했다. "고객과의 관계를 주도하지 못한다면, 플랫폼 중심의 유통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나이키는 자사 몰과 직영 매장을 중심으로 고객 접점을 재설계하고, 고객 데이터를 독자적으로 축적했다. 그 결과 마진율은 개선됐고, 충성 고객은 늘었다.


영국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다이슨도 비슷한 길을 택했다. 제품 체험부터 사후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자사 몰과 직영매장에서 직접 관리하며 '할인 없이도 팔리는 브랜드'가 됐다.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신뢰를 동시에 지킨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CJ제일제당 등은 자사 몰 중심의 브랜딩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라,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자사 몰 전용 혜택 등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소비자가 플랫폼의 고객이 아니라 브랜드의 고객으로 남게 만드는 전략이다.


모든 브랜드가 플랫폼을 벗어날 수는 없다. 특히 인지도가 낮고 초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는 플랫폼 입점이 생존과 직결된다. 하지만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과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브랜드가 목적이고 플랫폼은 수단이지만, 후자는 플랫폼이 목적이 되고 브랜드는 소모품이 된다.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브랜드는 결국 소비자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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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자산은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에서 나온다. 브랜드는 단지 '잘 팔리는 제품'만으로 소비자들에게 기억되지 않는다. 플랫폼은 유통의 수단일 뿐,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신할 수 없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지 못하면, 결국 플랫폼 검색창의 수많은 상품 중 하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유통의 편리함에 안주해서는 기억되는 브랜드가 될 수 없다. 브랜드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뛰어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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