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고향서 소년 동상 사라져
금속도둑 4년새 4배 증가…대부분 구리
절도 피해액 1000억원…구리값 상승에 절도 기승부릴듯
일본 도야마현 다카오카시는 만화 '도라에몽'의 작가 후지코 F. 후지오의 고향이자 도라에몽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의 또 다른 관광명소는 에도 시대 분위기가 남아있는 거리의 한 상점에만 있는 '체조소년 코우하치로 군' 동상이다. 오른손을 들고 왼쪽으로 몸을 기울여 체조하는 모습으로 아이들과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 동상을 비롯해 근처 비슷한 무게의 동상 4개가 지난 12일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 사건 당일 새벽, 방범 카메라에는 검은색 차량에서 내린 검은 옷차림의 2명이 동상에 접근해 작업한 뒤 동상을 들어 차량에 싣고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3분에 불과했다. 피해 업주는 "미술품이 아니라 금속 원료로서 훔쳐간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꼭 돌려받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22일 아사히TV, 후지네트워크뉴스 등 일본 언론들을 종합하면 최근 일본에서는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구리 절도가 급증하고 있다. 앞서 다카오카시의 동상 절도 사건처럼 이달 야마가타현 요네자와시의 한 창고에서 보관 중인 2700개의 폐 수도계량기가 사라졌다. 계량기는 주로 구리로 만들어졌고 피해액은 245만엔(약 2500만원)이다.
가나가와현에서는 공원 건물의 동판이 모두 뜯겨 나갔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금속 절도 건수는 2만701건. 4년 만에 4배로 증가했고, 피해 총액은 약 136억엔(약 1360억원)이다. 이 중 70%에 해당하는 약 98억엔(약 1000억원)이 구리라고 한다. 구리 절도가 늘어나는 것은 구리 가격 상승 때문이다. 현재 시장 가격은 1t당 135만엔으로, 10년 전 76만5500엔의 약 2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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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인공지능(AI) 등의 구리 수요가 늘고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구리 값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구리 도둑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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