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20대 초반 발병한 우울증으로 20대 전체를 잃고 인생을 포기하려 했던 저자가 9년간의 노력 끝에 터득한 '저속생활법'을 소개한다. 우울증은 일종의 만성질환 같아서 의지만으로 극복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자가 권하는 방법이 저속생활이다. 이는 스스로를 향한 기대치를 낮게 잡고 주인공이 되기보다 동네사람을 바라보는 정도의 에너지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완전한 회복보다는 약간 나아지려는 생활 태도를 강조한다.
내세울 만한 거라곤 아무것도 없고, 심지어 이런저런 소소한 사고를 치며 살아왔습니다. 이런 제가 자살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 건 4년 전. 그때는 우울증의 그야말로 '밑바닥'이었습니다. 거기서 죽지 못한 저는 '일단 한 번 죽은 거니까, 남은 인생은 '덤'. 인생 2막은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인 동네 사람으로 한번 살아 볼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적당히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어? 인생 2막 의외로 즐겁잖아? 동네 사람, 나쁘지 않은데?'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시작하며' 중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 사람들의 칭찬보다는 눈앞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위한 가치 있는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인생이 간단하고 명확해집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행복하게 하면 결과적으로는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꼭 슈퍼스타가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야말로 이야기 속이 아닌 현실을 사는 당신이 지향해야 하는 바입니다. - '1단계 마인드' 중에서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 분야 전문가가 자주 하는 이야기가 '아침 산책'입니다. "햇볕을 쬐어 세로토닌의 분비를 늘리면 마음이 안정되고 우울증에서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책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합시다. "분명 실험 등에 기반한 확실한 근거가 있는 말이겠죠. 하지만 이러한 정보를 접할 때마다 당사자인 저로서 는 '뭔가 아닌 것 같은데'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그게 가능한 사람이라면 우울증 같은 거 안 걸린다니까'랄까. 이미 우울증에 걸려 버린 우리에게는 꽤 허들이 높은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하려고 마음먹어 봐도 거의 되지 않았고, 오히려 침울한 기분에 빠지기만 했던 제가 직접 경험을 통해 느낀 바입니다. - '3단계 생활습관' 중에서
제가 실행하고 있는 방법은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지'를 플러스 10에서 마이너스 10까지 수치화하는 것입니다. 마이너스는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 플러스는 '스트레스는커녕 함께 있으면 긍정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마이너스 2, 3 정도의 사람이라면 교묘하게 '넘어가기'. 대화할 때마다 다운되는 사람, 즉 마이너스 10의 사람이라면 '무조건 도망가기'. 다 큰 어른인 만큼 슬쩍 빠져나가기는 어려우니 접촉은 되도록 용건만으로 끝마칩니다. 일 처리는 최소한으로 하기, 시간제한을 정해서 대화하기, 일과 관련 없는 대화는 절대 하지 않기 등 자기 나름의 룰을 정하는 것입니다. - '4단계 인간관계' 중에서
우울증이라면 많이들 공감할 것 같은데, '내일은 반드시 열심히 해야 해. '하는 날에 한해서 꼭 컨디션이 무너져 버리곤 하죠. 저도 그런 날일수록 좀처럼 잠들지 못 한다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거나 합니다. 그 원인은 바로, '컨디션을 관리해야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아이를 오히려 괴롭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의식하면 할수록 반대의 행동을 해 버립니다. 그리고 바라지 않는 결과(이 경우, 좋아하는 아이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는)를 얻게 되죠. 인간이란 정말 미스터리합니다. - '5단계 일' 중에서
그저 서른 살. 우울증이 발병하고 9년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절망했고, 하지만 죽을 용기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소거법으로 살아가는 선택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저는 조금이라도 즐겁게 살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며 지내 왔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평범한 일반인'입니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과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즐겁게 살기 위해 낭비한 사고의 시간'이 다르다는 정도입니다. 저는 이 책을 낸 후에도 죽을 때까지 '우울증이라도 즐겁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끊임없이 계속 생각해 나가려고 합니다. - '마치며' 중에서
무기력한 사람을 위한 저속생활법 | 데라상 지음 | 원선미 옮김 | 세종서적 | 264쪽 | 1만9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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