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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칼럼]영화 '승부'로 본 인생과 '인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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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이 당연시되는 시대
좋은 인연은 갈등 동반하지만
결국 값진 삶 만들어 내기도

[MZ칼럼]영화 '승부'로 본 인생과 '인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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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둑기사 조훈현과 이창호의 삶을 다룬 영화 '승부'가 개봉했다. 익히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두 사람은 사제관계였다. 당시 절대적인 고수로 세계 최강의 타이틀을 갖고 있던 조훈현은 이창호를 집안에서 함께 숙식하며 지내는 내제자로 들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창호는 10대의 나이로 스승인 조훈현을 꺾고, 세계 최고의 고수가 되어 바둑 역사상 기념비적인 인물이 된다. '승부'는 집안에 들인 이창호가 결국 스승을 꺾어버리는 순간, 두 사람이 겪었을 내면의 갈등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영화에는 단순한 바둑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생에 참고가 될 만한 여러 이야기가 녹아 있다. 특히, 바둑이 '내면과의 싸움'임을 강조하며, 바둑을 망치는 세 가지 적을 말하는데 이는 인생에서 주의할 점과 같다. 그것은 바로 경솔함, 안일함, 조급함이다.


요즘처럼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시대에는, 투자에서의 유의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솔함, 안일함, 조급함을 경계하면서 자기만의 원칙을 갖고, 자기만의 시간을 따라, 침착한 태도로 살아가는 지혜는 바둑에만 필요한 게 아닐 것이다.


영화 속에서 조훈현은 이를 위해서는 '체력'이 핵심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이창호를 데리고 함께 운동하고 등산하는 것을 중요한 수련 과정으로 삼는다. 바둑이라는 게 그냥 앉아서 머리만 쓰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스포츠 못지않게 '체력'이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인생에도 체력이 중요하다. 자기의 일을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영위하고, 제대로 사랑하려고 해도 체력이 핵심이라는 걸 자주 느끼게 된다.


단단한 체력과 내면의 중요성에 이어, 영화를 통해 가장 깊이 생각하게 된 건 '인연'의 중요성이었다. 어쩌면 이창호는 조훈현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러 이유에서 그러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전 세계를 뒤지면 이창호 정도 되는 '바둑 천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는 바둑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바둑과 인연이 없는 여러 나라에서 농부나 회사원, 군인으로 생을 마감할 것이다. 우리 안에도 발현되지 못한 어떤 재능이 숨어있을지 알 수 없다.


이창호가 세계적인 바둑기사가 될 수 있었던 건 그의 재능 덕분도 있지만, 절묘하게 좋은 스승을 만난 '인연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건 무협에서 귀인을 만나는 것에 비할 법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좋은 스승을 못 만난다. 마찬가지로 어떤 스승이 모든 제자에게 좋은 스승인 것도 아니다. 스승과 제자의 궁합이랄 게 천운이라 할 정도로 딱 맞으면, 역사가 탄생한다. 그런데 그런 천운을 얻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바꿀 인연에 열려 있어야 한다. 점점 더 외로워지는 시대, 각자도생과 타인과의 단절이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작은 인연 하나가 큰 파문을 일으키며 나의 삶도, 상대방의 삶도 어떻게 바꿀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인연을 맺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조훈현과 이창호만 하더라도, 그 값진 인연 가운데 수많은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렇지만 결국 좋은 인연은 값진 삶을 탄생시키고 역사를 만든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인연 또한 그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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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변호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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