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로 배꽃 지고, 불법체류자 단속에 인력 확보 어려워
충남 천안시 배 농가들이 봄철 이상 저온과 서리로 큰 피해를 본 가운데 인공수분(화접)을 위한 인력 확보에도 차질이 생기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17일 농가에 따르면, 이달 초 피어난 배꽃 대부분이 냉해로 떨어지면서 시급히 화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농가들은 불법체류자에 의존해 작업을 이어왔으나 법무부가 집중 단속에 나서면서 이마저도 차질을 빚고 있다.
농가들은 일손 부족으로 불법체류자 고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농번기마다 반복되는 단속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농민은 "늙어서 힘도 없고 농사짓겠다는 사람도 없는데 꽃도 떨어져서 난감하다"라면서 "나이든 사람이 2주는 넘게 할 일을 외국인들은 하루면 끝내지만 요새 모이기만 하면 다 잡아가서 이 사람들마저 못 구하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유영오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은 "배꽃이 다 죽었다는 농가들이 많아서 열심히 화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태에서 법무부가 집중적으로 불법체류자들을 잡아들이고 있어 농가에서 대단히 힘들어하고 있다.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는 만큼 대안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성환을 지역구로 둔 김철환 시의원은 "불법체류자 단속이라는 원칙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라면서도 "다만 농가가 냉해와 인력난을 겪는 와중에 행정 편의만을 앞세운 기획 단속은 너무 가혹하다"라고 지적했다.
배성민 시의원도 전날 열린 경제산업위원회 회의에서 "농가가 울며 겨자 먹기로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적발 시 1000만 원이 넘는 벌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이들도 우리 시민이다. 시 차원에서 외국인 근로자 양성 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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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는 농가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공직자와 유관 단체 등 1303명의 인력이 참여해 농가 219곳(277ha)에서 화접을 지원하고 있다.
충청취재본부 박종혁 기자 whdgur3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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