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민주광장서 광주시민분향소 마련
헌화·추모의 글 작성 등 추모객 이어져
오후 7시부터 광주 기억문화제 예정
"11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점점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완전한 진상규명을 통해 대한민국이 안전한 국가가 되길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과 광주청소년촛불모임은 지난 12일부터 이곳에 '기억하고 행동하는 광주시민분향소'를 마련했다. 참사 당일인 이날 광주시민분향소엔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분향소에는 304명의 희생자 사진이 걸려있었고, 앞에 놓인 단상에는 추모객들이 헌화한 국화꽃이 놓여있었다. 걸어가던 시민들은 분향소를 보곤 '벌써 11주기가 됐구나'라며 분향소에 들러 묵념을 올렸다.
한 학생은 발걸음을 멈춘 채 친구들을 설득하며 함께 추모하기도 했고, 또 다른 시민은 분향소 옆 부스에서 추모하는 글을 적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전에만 50여명의 시민이 가던 길을 멈추고 추모를 했다.
부스 한쪽에 걸어놓은 추모 글에는 '그 당시 12살이었는데, 벌써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 1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여러 일로 죽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11년이나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진상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등의 글이 적혀있었다.
시민 김 모(28) 씨는 "광장을 지나가다 분향소를 보곤 4월 16일이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며 "희생자들이 또래 친구들인데 점점 잊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우연이지만 분향소를 찾아 추모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박 모(63) 씨는 "세월호가 11주기나 지났고, 집이 분향소 근처다 보니 추모하기 위해 잠시 들렀다"며 "주변을 봐도 점점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잊히고 있다. 완전히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관심을 가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분향소 운영을 돕고 있는 시민단체에서도 과거와 비교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광주지부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당시부터 유족들을 위로하고 완전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분향소 운영 등을 이어왔는데, 과거보단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며 "그런데도 오늘은 참사 당일이라 그런지 지역 곳곳에서 오전부터 시민들이 추모하기 위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뿐만 아니라 구조 과정과 책임자 처벌 등이 아직도 진상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혜원 어린이도서연구회 광주지부장은 "세월호가 벌써 11주기가 됐지만, 사고 이후 구조 과정과 책임자 처벌 등 아직도 논란으로만 남은 과제들이 수두룩하다"며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분향소 운영을 단체에서도 돕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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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은 이날 오후 4시 16분부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예술인행동장 행사를 개최한다. 이어 오후 7시부터는 광주 기억문화제가 예정돼 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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