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성착취, 아웃]"10대에게 노출된 채팅 앱…성범죄 이어져도 플랫폼 처벌 규정 약해"

시계아이콘02분 39초 소요
뉴스듣기 글자크기

⑦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인터뷰
동의 여부 관계 없이 중대 범죄
온라인 그루밍 피해 더욱 심각
영국·호주 등 선진 예방 법안 벤치마킹해야

편집자주아동·청소년 성매매는 성 착취로 규정한다. 성적 자기 결정권이 미성숙한 아동·청소년을 성적 동의, 계약의 주체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메신저, 익명 기반 플랫폼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친밀감을 빠르게 형성하는 아동·청소년은 예전보다 더 쉽게 성 착취 범죄에 휘말린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로 지원받은 4명 중 1명은 10대(27.8%)였다. 2023년도 대비 센터의 지원을 받은 10대 피해자는 600명 이상(3.3%포인트) 늘었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 범죄는 명백한 성 학대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없는지 실제 피해 사례를 토대로 어떤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적인 관계는 어떤 형태든지 법적 처벌 대상입니다. 교제 관계라는 이유로 합리화될 수 없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나 아동복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아동·청소년 보호 법규가 정하고 있는 명백한 아동학대입니다."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아시아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성적 접근을 아동과 청소년에게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피해와 아동·청소년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중대한 인권 침해이자 범죄"라며 이처럼 말했다.

[성착취, 아웃]"10대에게 노출된 채팅 앱…성범죄 이어져도 플랫폼 처벌 규정 약해"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한국여성인권진흥원
AD


디지털과 결합해 갈수록 교묘해지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들이 필요할까. 2년간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피해 사례를 접한 신 원장에게 해법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발간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지원 피해자가 늘었다. 원인은 무엇인가.

▶10대 이하 아동들까지도 온라인 접근성이 좋아졌다. 요즘 아동·청소년은 온라인으로 관계 맺는 일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그만큼 인터넷을 통한 유해 환경에 노출되는 비율도 높아졌다. 10대 성 착취는 대체로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 채팅 등을 통해 발생한다. 성인 이상만 앱, SNS를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조치들이 예방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동·청소년도 유해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온라인 그루밍으로 인한 아동·청소년의 피해가 큰가.

▶성범죄 관련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를 유인한 다음 협박의 수단으로 활용해 '자기 촬영형 성 착취물'을 전송한 피해가 2019년 대비 2022년 2.7배 늘었다. 신뢰를 악용하는 그루밍은 감정 교류로 시작해 처음엔 가해자가 아동·청소년의 사적인 욕구를 충족해주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온라인으로 작은 선물을 보내준다거나 게임 아이템 같은 것들을 사주는 식이다. 그러다 어느 정도 친밀감을 형성한 이후에는 성적인 요구, 몸에 관한 사진을 보내달라고 한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 착취는 아동학대로 볼 수 있나.

▶아동·청소년 성 착취가 중대한 인권 침해이자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4조에 따르면 아동은 모든 형태의 성매매, 성 착취, 성 학대로부터 보호받고 도움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나라 법률에서도 모두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성 착취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우선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이를 통해 생활의 편의성, 경제적 풍요도 발생하지만 어두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오픈 소스로 공개돼 있는데, 이를 성적 대상화 하는 합성물을 생산하는 데 이용할 수 없도록 사전 제재나 앱 사용을 제한하는 등 조치는 곧바로 이뤄지지 못한다. 이러한 간극이 커지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범죄가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성에 대한 왜곡적 인식, 성별 고정관념 등도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가해자 처벌과 관련해서도 법안상으로는 강력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판결에서는 경미한 처벌을 받기도 한다. 이는 가해자의 잘못된 행위를 스스로 제재할 수 없게 만든다.


-성 착취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기술적으로 플랫폼의 선행 조치가 꼭 필요하다. 국내에서만 일반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채팅 앱이 2000~3000여개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직접 모니터링하면서 성 착취 유인 정보 등을 선제적으로 삭제해나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플랫폼의 기술적 자율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진흥원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협력해 AI 기반으로 이를 탐색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뿐만 아니라 플랫폼 자체에서도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성착취, 아웃]"10대에게 노출된 채팅 앱…성범죄 이어져도 플랫폼 처벌 규정 약해"

-가정에서 자녀의 성 착취 피해를 알게 되면 어떻게 조치해야 하나.

▶지지와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 피해 아동·청소년은 정서적 불안, 우울, 수치심, 죄책감 등을 강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질타하거나 비난할 경우 대화 자체를 꺼릴 수 있고 자아 존중감도 낮아질 수 있다. 가장 큰 신뢰 관계에 있는 부모가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공감해주고, '너의 잘못이 아니다. 괜찮다.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말해주면 회복이 빨라질 수 있다. 직접 신고를 주저한다면 전문 기관을 통해 조언을 들으면서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


-다른 나라의 제재 방식은 어떤가.


AD

▶한국은 기술과 플랫폼 산업 육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용자 보호 등에 대한 조치가 미약하다. 영국 의회는 지난해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유해 콘텐츠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플랫폼 기업에는 최대 1800만파운드(약 322억원) 또는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연간 수익의 10% 중 큰 금액을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합법적인 콘텐츠지만 아동에게 유해한 콘텐츠도 규제 대상이다. 호주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SNS 계정을 생성할 경우 해당 플랫폼에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성착취, 교제폭력, 스토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여성긴급전화 1366(☎1366)에서 365일 24시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 관련 상담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청소년상담채널 디포유스(@d4youth)를 통해서도 1:1 익명 상담이 가능합니다.
[성착취, 아웃]"10대에게 노출된 채팅 앱…성범죄 이어져도 플랫폼 처벌 규정 약해"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05.1414:34
    4050 채용도 어려운 中企 "정년 따질 때가 아니죠"
    4050 채용도 어려운 中企 "정년 따질 때가 아니죠"

    시화공단 현장 르포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육중한 프레스 기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 대형 설비 앞에서 재빠른 몸놀림으로 작업 중인 신송남씨는 단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옆 사람의 말소리마저 집어삼킬 만큼 커다란 굉음을 내뿜으며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부품을 찍어내는 이 설비 앞에서 방심은 곧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찾아간 경기도 시화공단 내 정일산업 공장에서 처음 마주한

  • 25.05.1410:34
    70세 이상 상용직 10년새 4배 증가
    70세 이상 상용직 10년새 4배 증가

    법정 정년 이후 고용문제는 단순히 60세 이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대수명 연장으로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직업을 가진 70세 이상 고령 근로자도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생계형 임시·일용직 중심이던 고령자 일자리는 점차 상용직과 전문직으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한 노인 일자리 확대를 넘어 고령 인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이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년을 연장하는

  • 25.05.1409:46
    66세 K방산 베테랑 "정년 연장에 할 수 있는 일도 늘었다"
    66세 K방산 베테랑 "정년 연장에 할 수 있는 일도 늘었다"

    지난 12일 경북 구미시 LIG넥스원 구미 하우스에서 만난 조강현 수석매니저는 흡사 군(軍) 지휘관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L3동 2층 TMMR 생산공장에서 근무하는 200여명의 직원 한 명 한 명을 그는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핵심만 짚은 조언이 이어졌다. 그는 "통신 장비개발에만 있다 보니 라인별 생산공정에서 잘못된 점이 한눈에 보인다"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매일 고민 중"이라고 했다. 군 지휘관처럼 생산 현

  • 25.05.1409:44
    60세 넘어도 월급 안 깎고 정규직…"4050 채용 어려우니 71세 큰형님도 소중"
    60세 넘어도 월급 안 깎고 정규직…"4050 채용 어려우니 71세 큰형님도 소중"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육중한 프레스 기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 대형 설비 앞에서 재빠른 몸놀림으로 작업 중인 신송남씨는 단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옆 사람의 말소리마저 집어삼킬 만큼 커다란 굉음을 내뿜으며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부품을 찍어내는 이 설비 앞에서 방심은 곧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찾아간 경기도 시화공단 내 정일산업 공장에서 처음 마주한 장면은 소음 탓에 귀

  • 25.05.1211:02
    "정부는 큰 틀만 설계‥시행은 자율에 맡겨야"
    "정부는 큰 틀만 설계‥시행은 자율에 맡겨야"

    기업들은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제도 자체보다 이를 누가, 어떻게 시행할지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대부분의 기업은 정부가 제도의 큰 틀만 설계하고, 실제 시행 여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획일적 적용보다는 각 조직의 여건을 고려한 유연한 도입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59.4%는 정년연장 제도를 정부가 설계하더라도 시행 여부는 기업 자율에 맡겨야

  • 25.05.1808:30
    한국 부자들도 솔깃…70억짜리 영주권 골드카드, 美재정부채 모두 갚나
    한국 부자들도 솔깃…70억짜리 영주권 골드카드, 美재정부채 모두 갚나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500만달러(약 71억원)를 내면 미국 영주권을 즉시 발급해주는 '골드카드' 제도의 시스템 테스트에 들어갔다. 16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은 "미국의 새로운 영주권 카드인 골드카드가 테스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발표한 후 테스트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잠재 고객이 3700만명에 달하며, 10만개만 팔려도 미

  • 25.05.1708:30
    트럼프 장남의 사교클럽 논란…입회비만 7억
    트럼프 장남의 사교클럽 논란…입회비만 7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전세계 정재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회원비 50만달러(약 7억원)의 고액 사교클럽을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클럽의 이름이 '이그제큐티브 브랜치(Executive Branch·행정부)'로, 아버지의 대통령직을 이용해 사적 이득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현재 중동, 유럽, 아시아 각국을 돌며 주요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고 이들을 '행정부

  • 25.05.1706:00
    트럼프 때문에 재점화 된 '캘렉시트' 논란…캐나다에 역합병되나
    트럼프 때문에 재점화 된 '캘렉시트' 논란…캐나다에 역합병되나

    미국 서부 최대 경제 중심지인 캘리포니아에서 미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소위 '캘렉시트(Calexit)'로 불리는 이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과 관세 전쟁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캘리포니아 내에서는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 현재 주 내에서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이며, 오는 7월 말까지 54만 명의 청원 서명을 모으면 분리 독립

  • 25.05.1515:48
    이정현 "이준석 호랑이굴로 돌아와라, 한동훈은 선대위 참여해야"
    이정현 "이준석 호랑이굴로 돌아와라, 한동훈은 선대위 참여해야"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5월 14일 오후 4시, 아시아경제 유튜브 'AK라디오'에 출연했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을 위해서,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스스로 결단해줘야 한다"며 "한동훈 전 대표도 당장 선대위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이 위원장은 특유의 열정적인 목소리로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인터뷰 핵심 내용을 요약했다. 대선 전체 판도를 어떻게 보나.투표가 임박

  • 25.05.1415:51
    윤희웅 "이재명, TK에서 역대 최고 득표 가능성"[AK라디오]
    윤희웅 "이재명, TK에서 역대 최고 득표 가능성"[AK라디오]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20일 남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등 주요 후보들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을 훑는 것으로 선거 운동을 본격화했다. 대선전 초반 여론 흐름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여론조사 전문가인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에게 물었다. 윤 대표와의 인터뷰는 5월 14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초동에 있는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