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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 해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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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해제 분위기 만개
콘텐츠 산업 급성장한 중국
문 열려도 ‘대박’ 쉽지 않아

한한령 해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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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17년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 후 한한령(限韓令) 해제를 기다리며 중국의 처분만 바라보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중국에서 상영되거나 K팝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관련 업계는 해제의 시그널로 해석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대륙의 제스처’에 희망과 실망을 반복하며 8년이 지났다.

암묵적으로 견고하게 한국을 옥죄던 한한령이 올해는 사뭇 달라 보인다.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양국 간 문화 교류에 걸림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시진핑 주석의 말이 결정적이었다. 왕이 외교부장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중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자 국내 언론은 다음 달엔 제재가 완전히 풀릴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을 내놓았다.

장밋빛 기대감의 구체적 근거는 K콘텐츠의 헤드라이너인 음악과 영화다. 음반 판매량은 인기의 가장 정확한 지표다. 올해 중국 수출량은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과 일본 수출량이 줄어든 것에 비하면 의미 있는 수치다. K팝 스타들의 현지 프로모션 스케줄도 줄줄이 잡혀 있다. 지난달에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중국 전역에서 개봉한 데 이어 다음 주 열리는 제15회 베이징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 4편을 공식 초청했다.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0)과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1997), 최신작 ‘파과’와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한국 영화를 역사적으로 조명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대한 환구시보의 이례적 호평은 놀랍다. “196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힐링을 주제로 한 서사가 아름답게 펼쳐진다”며 “평점 플랫폼 더우반에서 9.4점을 받아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계약서에 서명까지 마친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웹툰·웹소설 작가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열을 요구하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왜 갑자기 너그러워졌나, 아니면 아쉬워진 걸까.

중국은 지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세전쟁을 벌이며 양국 관계는 혼돈 속으로 치닫고 있다. 2018년 미·중 1차 무역전쟁 후 대미 의존도를 크게 낮춘 중국은 내수 진작에 주력하며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 시 주석은 9일 ‘주변국과 공동운명체 구축을 위한 전략적 상호 신뢰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피해를 본 나라를 우군으로 확보하려는 모양새다. 시 주석과 왕이 부장이 한국과의 문화 교류를 강조한 것은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술 제재에도 AI·반도체에서 독자적 기술을 확보한 중국은 문화콘텐츠 산업에서도 눈부시게 성장했다. 중국의 콘텐츠 시장은 세계 2위 규모로 2500조원이 넘는다. 8년간 한국에 22조원의 손실을 입히며 자국 콘텐츠에는 무한 투자를 계속했다. 지난 춘절 개봉한 애니메이션 ‘너자2’는 중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3억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하고 흥행 수익 3조원을 넘어섰다. 게임 ‘검은신화: 오공’은 글로벌차트 3주 연속 1위를 달리며 출시 1개월 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160개 국가로 수출된 드라마 ‘장안 12시진’은 한국과 일본 OTT 플랫폼 시청률을 석권했다. 정부의 무한 투자가 성과를 거두면서 대중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거듭났다.

중국은 대중문화를 안보 차원으로 다루는 나라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가 안보 전략을 수립하면서 정치·경제 정보와 함께 문화를 포함시켰다. 서구의 문화 산업이 중국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외국 문화를 통제한다. 실체는 없지만, 제재는 있는 한한령. 시작을 모르니 끝을 알 수 없고, 규제의 방식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한한령 해제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고조된 것은 사실이지만 상황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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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구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keygri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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