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및 사고력 저하 등 뇌 손상 위험 ↑
일주일에 8잔 이상의 술을 마시는 과음은 기억력 및 사고력 저하 등 뇌 손상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최근 '신경학(Neurology)' 저널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대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볼티모어 보건국장을 지낸 조지 워싱턴 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인 리나 웬 박사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음주는 뇌의 통신 경로를 교란해 뇌가 사고, 조정, 균형, 언어, 판단을 제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 단기간에 다량의 알코올을 섭취하면 호흡과 심박수를 조절하는 핵심 부위가 마비될 정도로 심각한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사고와 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점진적인 뇌 변화를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심한 알코올 사용과 관련된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은 영구적인 장애를 초래하고 장기적인 기억 상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번 연구는 사망 당시 평균 연령이 75세였던 17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후 분석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기억력 및 인지 장애와 관련된 유리아세틸콜린경화증(hyaline arteriolosclerosis)과 알츠하이머병과 관련한 타우 엉킴(tau tangle)을 포함한 뇌 손상 징후를 찾기 위해 이들의 뇌 조직을 검사했다.
이와 별도로 연구진은 연구 대상자들의 가족들에게 이들의 생전 음주량에 대해 질문했다. 연구 대상자는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 그룹, 일주일에 7잔 이하를 마시는 그룹, 일주일에 8잔 이상을 마시는 그룹(과음으로 정의), 그리고 이전에 과음했지만, 현재는 술을 끊은 그룹 등 네 그룹으로 나뉘었다.
연구 결과, 과음자는 비음주자와 비교해 유리세동맥경화증 발병 위험이 무려 133%나 높았는데, 이는 흡연과 같이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고려한 결과다. 술을 적당히 마시는 사람은 유리세동맥경화증 발병 위험이 60% 더 높았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타우 엉킴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더 높았다. 이들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평균 13년 일찍 사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대상자 가운데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타우 엉킴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과거에 폭음했던 사람들에게서 지속적인 뇌 손상의 증거가 발견되긴 했지만, 폭음을 중단하면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였다.
다만 이번 연구의 한계도 있다. 우선 음주 지속 기간을 측정하지 않았고, 밤에 한두 잔씩 규칙적으로 마시는 사람과 간헐적으로 많이 마시는 사람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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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박사는 "성인 여성의 경우 하루에 한 잔 이상, 남성의 경우 하루에 두 잔 이상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면서 "과도한 음주 여부를 파악하는 또 다른 방법은 폭음 여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한 번에 4잔 이상, 남성의 경우 한 번에 5잔 이상을 마시는 것을 폭음으로 정의한다"며 "폭음하는 사람들은 교통사고나 낙상과 같은 부상 위험이 더 높고, 장기에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웬 박사는 "과음을 하는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금단 증상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갑자기 술을 끊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음주량을 줄이고 싶은 사람들은 담당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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