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만에 순매도 행진 멈춰
9일간 11조원 팔아치워
관세 우려 완화·환율 안정·밸류에이션 등 긍정적
다만 본격적인 매수 전환은 쉽지 않을듯
관세 우려가 완화되면서 증시가 급등한 가운데 외국인도 10일만에 매수에 나서면서 모처럼 주가 상승에 일조했다. 외국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4422억원을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3307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115억원을 각각 사들였다. 이와 함께 선물시장에서도 1조원 이상 순매수하며 모처럼 강한 매수세를 나타냈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달 28일부터 국내 증시에서 9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지속했다. 이 기간 11조원이 넘는 매도 폭탄을 쏟아냈다.
외국인이 매도 행진을 멈춘 것은 그동안 글로벌 증시를 억눌렀던 관세 우려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전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키로 하면서 미국 증시가 급등했고 국내 증시도 코스피 6.6%, 코스닥 5.97% 각각 상승 마감했다.
모처럼 순매수에 나선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다. 외국인은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725억원 사들였다. 뒤이어 HD현대중공업(503억원), SK하이닉스(355억원), HD현대일렉트릭(276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업종별로 보면 방산과 조선주를 사들였다. 방산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 현대로템(170억원), 한국항공우주(131억원), LIG넥스원(106억원) 등도 사들였다. 조선주는 HD현대중공업과 함께 HD한국조선해양(102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137억원)를 순매수한 반면 삼성전자와 기아는 순매도했다.
상호관계 유예로 당분간 관세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호관세발 이슈로 코스피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9배까지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증시로의 진입 여지는 충분하다고 판단한다"면서 "이에 따라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진행될 수 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16년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도 안정을 되찾으면서 외국인 매수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7원 내린 1456.4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다만 외국인 자금의 본격적인 증시 유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성장 둔화세가 뚜렷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과 트럼프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은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은 밸류에이션 메리트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에도 불구하고 성장 등 거시여건 부진으로 보합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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