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칩(반도체) 부족이 인공지능(AI) 개발에 큰 제약 요인이었다면 앞으로 1~2년 안에 전력 공급이 중요해질 겁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그가 경고한 생성형 AI의 전력 리스크가 우리나라 기업에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SK텔레콤은 미래 핵심 사업으로 AI데이터센터를 지목하고 현재 울산시에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100메가와트(㎿)급 AI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준비 중이다. AI데이터센터는 24시간 서버를 가동하는 데다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해 전력 소비가 크다는 점에서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특히 100㎿급 센터는 AWS·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미국 기업이 주로 만드는 '하이퍼스케일' 등급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SKT는 남모를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 울산이 '분산 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으로 지정될지 여부가 SKT가 추진하는 AI데이터센터와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일 AI데이터센터를 지방에 짓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산특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분산특구는 해당 지역 내에서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모두 할 수 있도록 해 한국전력공사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것보다 요금이 저렴해지는 것이 장점이다. 울산이 분산특구로 지정되면 AI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싼값에 원활하게 수급받는 길이 열리게 돼 SKT의 AI데이터센터 사업도 순항할 수 있다. 지정되지 못하면 전기요금 폭탄을 떠안아야 하는 난감한 입장에 처해진다. 울산 외에도 제주와 부산이 신청 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 하반기 결과가 나올 때까지 SKT는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이런 불확실성은 비단 SKT에만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AI가 발전을 거듭할수록 수백 단위 메가와트의 전력을 요구하는 하이퍼스케일 AI데이터센터가 우리나라 곳곳에 계속 생겨날 것이다. 또 초거대 AI데이터센터들이 모두 분산특구에 들어서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막연히 분산특구가 될 것을 기대하고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곳을 선정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이만저만 큰 부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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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과학기술인공지능부를 만들자"(8일·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주무부처기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는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7일·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는 제안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다. 이처럼 AI가 중요하다면 분산특구 대신 AI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민간기업들이 어디서든 전력을 저렴한 가격에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부터 개정하는 게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기업이 AI에 투자하겠다는데 정부가 발목을 잡진 말아야 한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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