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 책 어때]火 필요합니다…탐욕은 不필요합니다

시계아이콘01분 59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존 베일런트 '파이어 웨더'
불, 인류 문명 꽃 피운 원동력
대형화재땐 모든 것 잃어
석유산업 커지며 탄소배출
지구 온도 높여 火 '악순환'
석유시대 이후 생명 남아도
그게 인간이란 보장 있을가

불은 지극히 양면적이다. 인류 문명을 꽃피운 원동력이지만, 동시에 쌓아온 모든 것을 단숨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 최근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은 10일 넘게 이어지며 여의도의 166배에 달하는 면적(4만8239ha)을 삼켰고, 지난 4일 기준으로 82명의 인명 피해를 남겼다. 캐나다의 논픽션 작가는 이 책에서 이러한 화재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 책 어때]火 필요합니다…탐욕은 不필요합니다 지난 3월27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야간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AD

문명을 위협하는 화마의 포악성은 과학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1657년 3월 일본 에도(현 도쿄)에서 발생한 메이레키 대화재는 도시 면적의 3분의 2를 불태우며 1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871년 미국 시카고 대화재는 30여 시간 만에 약 2만채의 건물을 태워 10만명 이상의 이재민을 낳았다. 1904년 볼티모어 대화재 역시 이틀간 2500여 채의 건물을 파괴했다.


2016년 5월 캐나다 앨버타주 포트맥머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주민 대피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1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이 화재는 무려 15개월 동안 이어졌다. 피해액은 100억 달러(약 14조4000억원)에 달했고, 주택 2500여 채가 불탔으며, 2590㎢의 산림이 사라졌다.


포트맥머리 화재에서 주목할 점은 불을 이용한 석유산업(아스팔트 등의 원료가 되는 역청 생산)의 호황으로 형성된 도시가 불로 인해 흩어졌다는 것이다. 2000~2010년 사이 1.5m 간격으로 찍어내듯 똑같이 지은 집들은 불길이 번지는 촉매로 작용했다. 폴리염화비닐 소재의 외장재는 '고체 휘발유' 역할을 했다. "현대인 대다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석유에서 나온 고인화성 물질을 두르고 하루를 시작한다. (...) 포트맥머리 화재는 과거 150년 동안 나란히 성장한 석유산업과 화재의 양상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탄화수소 자원 개발, 그로 인해 열을 가두는 온실가스가 실시간으로 증가하고 날씨가 급변하는 현상 사이에서 발생한 맹렬한 시너지였다."


21세기 산업 중심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화재 적란운'이다. 너비는 320km, 높이는 성층권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이 구름은 지구 자전에 영향을 줄 정도의 에너지를 품는다. 동시에 일산화탄소, 사이안화수소, 암모니아, 미립자와 탄소 등 각종 오염물질을 성층권까지 끌어올리는 통로가 된다. 이 미립자들은 극지방의 제트기류를 타고 지구 곳곳으로 퍼진다.


저자는 석유 산업의 확장과 함께 탄소 과다 배출이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에너지 전문가 대니얼 예긴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경제 규모(약 90조 달러)의 84%가 화석연료에서 비롯됐고, 전 인류가 하루에 사용하는 원유량은 158억 리터에 달했다. "방대한 양의 석유가 전 세계 거의 모든 자동차, 트럭, 비행기, 기차, 배의 연료가 되고, 플라스틱이나 섬유 비료의 핵심 원료가 된다. 원유는 우리 생활의 모든 면은 물론이고 우리 몸 대부분과도 안팎으로 맞닿아 있다."

[이 책 어때]火 필요합니다…탐욕은 不필요합니다

탄소의 과도한 배출은 대기 속 열의 정체를 가속화하며, 이는 다시 화재 발생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는다. 저자는 "대형 화재는 지구 기후가 바뀔 만큼 다량의 탄소를 성층권에 유입시킬 수 있다"는 과학계 의견을 전하면서 "대기에 열이 정체될수록 화제가 잦아지고 화재 적란운이 많아진다"고 지적한다.


위기감에 따른 변화 움직임은 법원에서 관측된다. 2021년 5월26일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 재판부는 환경 단체 '지구의 벗' 네덜란드 지부가 석유업체 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셸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배출량의 55%까지 줄여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민간기업에 이런 제재 조치를 내린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2018년 8월 캘리포니아 레딩에 불 토네이도가 몰아치며 마을 전체를 파괴한 직후, 저자는 잿더미 속 땅에서 솟아오른 새싹 하나를 발견한다. 불길을 피한 뿌리에서 다시금 생명이 돋아난 것이다. 그는 말한다. "이제 우리가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는 건 불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 석유 시대가 끝나도 지구에 생명은 남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생물이, 얼마나, 어디에 남게 될지는 분명하지 않다."


AD

파이어 웨더 | 존 베일런트 지음 | 곰출판 | 588쪽 | 2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04.2413:45
    홍준표 "내가 '빅1'되면 대선 판도 바뀐다"
    홍준표 "내가 '빅1'되면 대선 판도 바뀐다"

    "새로운 나라 만드는 것이 마지막 정치적 소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건국 시대와 조국 근대화 시대, 민주화 시대를 지나 선진대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마지막 정치적 소임"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홍 전 시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 캠프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경선을 통해 '빅1(대선 최종 후보)'이 되면 본선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

  • 25.04.2410:40
    홍준표 "'빅1'되면 판도 바뀐다…선진대국이 마지막 소임"
    홍준표 "'빅1'되면 판도 바뀐다…선진대국이 마지막 소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건국 시대와 조국 근대화 시대, 민주화 시대를 지나 선진대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마지막 정치적 소임"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홍 전 시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 캠프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경선을 통해 '빅1(대선 최종 후보)'이 되면 본선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와

  • 25.04.2313:51
    김경수 "압도적 정권교체 가능한 경선 만들겠다"
    김경수 "압도적 정권교체 가능한 경선 만들겠다"

    "통합의 리더십이 내 경쟁력"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대통령을 꿈꾸는 다른 경쟁자와 비교할 때 "한국 현실에 맞게 국민통합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전 지사는 "압도적인 정권 교체가 가능한 경선으로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일 오후 9시, 영남권 순회 경선을 마치고 상경한 뒤 서울역 인근 회의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

  • 25.04.2313:22
    김경수 "통합 리더십 강점…압도적 정권교체 가능한 경선 만들겠다"
    김경수 "통합 리더십 강점…압도적 정권교체 가능한 경선 만들겠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대통령을 꿈꾸는 다른 경쟁자와 비교할 때 "한국 현실에 맞게 국민통합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전 지사는 "압도적인 정권 교체가 가능한 경선으로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일 오후 9시, 영남권 순회 경선을 마치고 상경한 뒤 서울역 인근 회의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번 대

  • 25.04.2215:00
    김재연 “압도적 정권교체…후보 단일화 열려 있어”
    김재연 “압도적 정권교체…후보 단일화 열려 있어”

    진보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김재연 대표는 21일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과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 "가장 중요한 전제는 내란 세력의 재집권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진보당은 민주당, 조국혁신당, 정의당 등과 함께 하길 바란다"며 "원외 정당과 시민사회에도 진정성 있는 연대 제안을 하고

  • 25.04.2207:20
    '1367억' 부동산 없어도 재산 1위 안철수, 강남 아파트 김동연·한동훈·홍준표[AK라디오]
    '1367억' 부동산 없어도 재산 1위 안철수, 강남 아파트 김동연·한동훈·홍준표[AK라디오]

    편집자주대선이 본격화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한창 경선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5월 3일 후보를 결정하고, 민주당은 이르면 이달 27일 후보를 결정한다. 대선주자들의 다양한 면모를 알아보기 위해 ①대선주자와 종교 ②대선주자와 병역에 이어 ③대선주자와 재산에 대해 알아보았다.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가 대선주자들의 재산을 분석한 결과 대선 후보들의 재산은 대부분 아파트와 예금으로 구성돼 있었다

  • 25.04.2107:20
    유종일 "이재명 '성장 전략 짜 달라' 전화"
    유종일 "이재명 '성장 전략 짜 달라' 전화"

    유종일 '성장과 통합' 상임공동대표가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했다. 지난 18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충무로 아시아경제 스튜디오에서 1시간2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 대표는 "시장 원리를 거스르면 목표 달성도 못 하고 부작용만 커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원자력은 꼭 필요하다. 가급적 빨리 신규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 "연공서열제를 개혁해야 정년

  • 25.04.1807:39
    양기대 "통합 필요한 세력 진정성 있게 껴안아야"
    양기대 "통합 필요한 세력 진정성 있게 껴안아야"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국회의원이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했다. '희망과 대안 포럼' 이사장이기도 한 양 전 의원은 "정권 교체가 중요하다"며 "제3세력 태동 가능성은 사그라들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누가 정권을 잡든 대선 이후 경제적 불평등 등에 대한 깊은 통합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17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서울 중

  • 25.04.1308:00
    테슬라 폭락에 백악관 나간다는 머스크…트럼프와 멀어지나
    테슬라 폭락에 백악관 나간다는 머스크…트럼프와 멀어지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가 조만간 정부를 떠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내용으로,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머스크도 떠날 시점이 올 것이다. 아마 몇 달 후가 될 것 같다"라고 발언하면서 머스크의 조기 사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머스크가 이탈리아 극

  • 25.04.1207:00
    드론 격추하기 시작한 북한군…수세로 몰린 우크라
    드론 격추하기 시작한 북한군…수세로 몰린 우크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초기 고전에도 불구하고 현대전 전술에 빠르게 적응하며 전세를 역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을 앞세운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이 후퇴를 거듭하면서 자국 국경 방어에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전환됐다. 초기에는 무인기(드론) 전술에 적응하지 못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던 북한군이 짧은기간 내에 드론 대응 전술을 익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