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새국면 기회지만 내년 의대정원 또다시 충돌 가능성
개원면허제·미용시장 개방 논의 등은 원점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과 이어질 대선 국면은 일 년 넘게 계속돼 온 의정 갈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달 중 내년도 의대 정원을 확정해야 하지만, 윤 정부에서 추진해 온 의료개혁 실행방안은 추진동력 상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윤석열 파면]의대생·전공의 복귀 '안갯속'…의료개혁 표류할 수도](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32110004677683_1742518846.jpg)
의대생·전공의 돌아올까
일단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최근 의대생들의 잇따른 복귀 움직임으로 1년여 만에 변곡점을 맞았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실제 수업 참여 여부를 확인한 후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릴지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등록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고 학점을 이수하는 것까지를 복귀로 보겠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이달 중순 이후에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상당수 학생들이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사실상 '등록 후 휴학'할 경우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기존 정원인 5058명이 될 수 있다.
2027학년도 정원부터는 의료인력수급 추계위원회에서 그 숫자를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추계위에 위원을 추천하고 참여할지, 추계 위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등은 현재로서 예측하기 어렵다.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사직 전공의들의 경우 오는 7~8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돌아올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미복귀 전공의 일부가 이미 입대했고, 상당수는 개원가 등에 일반의로 취업한 상태라 다시 수련병원으로 복귀할 전공의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에선, 의료 공백으로 인한 국민적 불편과 피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의대생 및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진 터라 대선 국면에서 여야 후보 모두 더 강한 의료 개혁을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소모적인 논쟁이 우리 사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대선 주자들과 차기 정부는 최대한 의료계와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개혁 추진동력 약화
정부는 작년 4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여러 개혁 과제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을 포함한 1차 실행방안을 발표했고 지난달엔 지역 2차 병원 육성,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필수의료사고 중과실 위주 기소 등을 담은 2차 실행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 추진하기로 한 의개특위 논의 사항들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독립적인 진료역량 확보 지원 차원에서 일정 수련을 거쳐야 개원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개원면허제'의 경우 현 단계에선 당장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미용 시장 관리체계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는 상태다.
문제는 대선 국면에서 여야 후보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특히 지역 의대 신설 이슈와 공공의대, 공공병원 설립 등이 대선 공약에 포함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대 신설 자체가 의대 정원의 추가적인 증원을 뜻하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이 확정된 직후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탄핵 인용을 계기로 의개특위 등에서 추진한 잘못된 의료정책을 중단하고,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등을 합리적으로 재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또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의료농단 사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반드시 전문가단체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들로 구성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정부는 '의료 개혁'이라 포장된 일방적인 의료정책 강행을 멈추고 의정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의료 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란다"며 "의대생과 전공의에 대한 탄압을 중지하고, 의학교육 정상화와 의료시스템 복원을 위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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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는 환자의 기본권이 중시되는 의료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의정 갈등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는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의 의료 상황은 국내 의료가 환자 중심이 아니라서 발생한 것"이라며 "정부와 각 정당은 의료를 정상화해 환자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의료 환경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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