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전원일치
비상계엄 선포, 실체·절차적 요건 위반
군경 투입 국회 장악…권한 행사 방해
헌법질서·민주공화정 심각하게 위배
헌법재판소가 4일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 윤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11시22분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主文)을 읽었다. 선고는 방송 생중계로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돼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는 대한민국 두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35개월(1061일) 만이며, 국회가 2024년 12월14일 윤 대통령 탄핵안을 의결해 직무를 정지시킨 지 111일 만이다. 헌재는 그동안 11차례 변론기일을 열어 16명의 증인신문 절차를 거쳤으며, 지난 2월25일 변론을 종결한 이후 38일간 재판관 의견을 모으는 평의 기간을 가졌다.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라 새 대통령을 뽑는 21대 대통령 선거가 60일 이내에 실시된다. 대통령 선거 관리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맡는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비상계엄은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발동한다고 헌법에 규정돼 있다"며 "피청구인은 국회의 탄핵소추 남용, 부정선거 의혹, 예산안 심의 문제 등을 계엄선포 이유로 주장했으나 비상계엄 행사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피청구인 측의 주장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는 정치적·제도적·사법적 수단으로 해결할 일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끄집어내라' 지시 등도 사실이라면서 "국회의 심의 표결권과 의원 불체포 특권,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위법"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정치적 목적으로 국회에 군인들을 투입함으로써 군인들을 시민과 대치하게 만들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대통령의 국군통수 의무를 위반했다"고 했다.
헌재는 이어 "윤 대통령이 계엄포고령을 통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과 단체 행동권을 침해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은 헌법상 영장주의 위반이자 선관위 독립성 침해"라고 했다. 또 이른바 정치인과 전직 대법관 등에 대한 체포 시도에 대해서도 "사법권 침해"라고 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위헌·위법이 중대한 것인가에 대해 "피청구인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을 남용하고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며 "헌법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 주권자인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이는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고 밝혔다. 헌재는 "윤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달 14일 첫 공판이 열린다. 또 현직 대통령에게 보장된 헌법상 불소추권의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내란 혐의 외에 직권남용 등의 혐의에 대한 수사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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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일에 걸친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가 이날 선고로 마무리되면서 대한민국 앞에는 분열의 봉합과 갈등의 치유라는 숙제가 남겨졌다. '12·3 계엄 사태' 이전부터 갈라질 대로 갈라진 정치권과 상처받은 민심은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광장'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극단적 대립 양상으로 쪼개져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으로 대표되는 외교·경제적 위기에 대한 대처다. 국론을 모아 총력 대처해야 한다. 국가 리더십의 복구가 절실하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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