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싱크홀 사고로 시민들 불안
30년 이상 서울 하수관로
6028㎞…막대한 교체 비용
"지하, 부처·기관 따로 관리
공간 전체 통합적 파악 필요"
"우리 아이도 매일 오가는 길목인데…."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서 만난 주민 이모씨(45)는 싱크홀 현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이곳 중랑구청 사거리 횡단보도에서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40㎝, 깊이가 1m가량인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했다. 중랑구청 관계자가 순찰 도중 이를 발견해 흙과 아스팔트 등으로 메워진 상태였지만,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질 않은 상태였다. 이씨는 "맨날 뉴스에서만 보던 싱크홀이 우리 동네에서 생기니 무섭다"면서 "아이에게도 등하굣길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한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싱크홀 현상이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2023년까지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2085건이다. 지역별로는 경기 429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270건, 서울 216건, 광주 182건, 충북 171건, 부산 157건, 대전 13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에서 직경 20m·깊이 20m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달 들어서는 13일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지름 40cm, 깊이 1.3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신고 접수 약 8시간 만에 임시 복구가 완료되긴 했지만, 인근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인천 부평구와 광주 동구에서도 각각 깊이 10㎝, 1.7m의 싱크홀이, 부산 사상구 감전동 인근 새벽시장 인근 차도에서 싱크홀이 각각 발생했다.
싱크홀 사고가 발생하는 1차적 원인으로는 노후 상하수도관이 지목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전국에 매설된 상수도관, 하수도관은 각각 24만6126㎞, 17만2495㎞다. 이 가운데 2003년 이전에 설치된 상수도관과 하수도관이 각각 9만3969㎞(38.2%), 1만8144㎞(10.5%)에 달한다. 통상 상하수도관은 설치된 지 20년 이상 지면 노후화됐다고 본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누수가 쉬운 노후 상하수도관은 지하 흙을 서서히 씻어내 빈 공간을 만들고, 이로 인해 지표면이 무너져 싱크홀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전했다.
문제는 막대한 교체 비용이다. 서울시가 매년 2000억원을 들여 노후 하수관로 100㎞를 정비하고 있지만, 30년 이상 된 서울 하수도관로가 6028㎞(서울시 집계 기준)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비 속도는 턱없이 느린 실정이다. 오래된 상하수도관일수록 보수도 어렵다. 한국공간정보학회는 2010년 발간한 '상수도 지하시설물 탐사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상수도 지하시설물의 평균 오차(실제 위치와 도면상 위치 간 평균 거리 차)가 79㎝(서울시 기준)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각 지자체는 싱크홀 재발 방지를 위해 각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부산시 등은 GPR(지표투과 레이더) 탐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하 2m 깊이까지만 탐사 가능한 탓에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 번에 가로·세로·깊이 방향 데이터를 모두 수집하는 3D GPR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역시나 부족한 예산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싱크홀 발생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하 안전과 관련한 컨트롤타워가 유기적으로 작동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현철 한국재난학회 부회장은 "도로 등 지하에는 상하수도관, 통신선, 전철 등 다양한 시설물이 얽혀 있는데 이를 각 부처와 기관이 따로 관리한다"며 "지하 공간 전체를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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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규 교수도 "개별 지자체 대응 역량으로는 싱크홀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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