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타트업 대표들 질문에 '韓 산업' 직격
韓 제조업 강화 필요성 강조
韓 시장 형성 느려…산업 구조 지적
SK '저렴한 AI 데이터센터' 구축 목표
"우리가 중국을 쫓아가지 못하고 죽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2일 오후 열린 '미래세대와의 인공지능(AI) 토크콘서트'에서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빠르게 추격당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솔직히 경쟁자인 중국이 AI도, 제조업도 우리를 지금 앞서는 형태"라며 "중국이 로봇 업계에서 제조의 스케일도 크고 인풋이 엄청나고 엔지니어도 훨씬 더 많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중국의 기술 진보 속도를 강조하며, 한국이 제조업 기반을 더욱 강화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표현했다. 미래세대 앞에서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간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절박함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대한상의는 카이스트(KAIST)와 카이스트 대전 본원 KI빌딩 서남표 퓨전홀에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AI 기술과 산업의 미래에 대해 심도있게 토론했다. 최 회장을 비롯해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정송 카이스트 AI대학원장과 AI 스타트업 대표들인 안재만 베슬에이아이 대표, 이찬 플로틱 대표,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토론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최 회장과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의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사업 협력 가능성을 묻는 안 대표의 질문에도 "시장은 미국에 있지, 한국에 있진 않을 것"이라고 다소 비관적으로 답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는 대기업이 있는 곳에서만 시장이 형성되고 작은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작은 기업이더라도 새로운 기술이라면 적용해서 세상이 바뀐다면 시장이 형성되겠는데 대한민국 전체가 좀 느린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거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진단이다. 최 회장은 '앞으로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3년 안에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안 대표의 말에 반박하며 "한국은 대기업일수록 속도가 느릴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한국에서 신기술로 판을 바꾸고 대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하며 확장해나가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여러 반도체 공장이 보유한 생산 라인을 통합해 유연하게 활용하는 전략인 '풀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모든 기업이 제조 데이터를 모으고 솔루션을 한꺼번에 적용해서 제조 경쟁률을 올리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스타트업에는 단순히 단품의 솔루션을 납품하는 형태가 아니라 복합적인 시스템을 개발해낼 수 있는 '대기업'을 지향하기를 당부했다.

최 회장은 이날 AI 데이터센터 개발 계획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칩 솔루션을 저희(SK)는 만들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의 목표는 가장 싼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AI 데이터센터용 칩을 개발하고, 특히 메모리 확장 기술에 집중해 AI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SK텔레콤과 다른 통신 업체들이 뭉치는 방식의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태계를 구축해 새로운 B2B,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전기차와 AI 데이터센터의 발전이 환경에는 해악을 끼친다는 측면도 지적했다. 김 대표가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 텐데 탄소가 많이 배출될 수 있다"고 질문하자, 최 회장은 "인류의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이지만 환경에는 재앙"이라고 답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를 '전기를 잡아먹는 하마'라고 지칭하며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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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창업에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라고 강조했다. 특히 "돈만 좇지 말고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여러 번의 피보팅(수정)을 통해 에지(날카로운 부분)를 만들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전=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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