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장 금리 안 내리면 경기 둔화"
파월에 "패배자" "미스터 투 레이트" 비난
美, 각국과 무역 협상 진전도 감감
달러 약세…안전자산 금값 사상 최고치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21일(현지시간) 장 초반 하락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면서 증시가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각국의 무역 협상 또한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투심을 짓누르는 모습이다.
이날 뉴욕 주식 시장에서 오전 10시53분 현재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33.53포인트(2.13%) 하락한 3만8308.7을 기록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17.99포인트(2.23%) 내린 5164.7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30.22포인트(2.64%) 하락한 1만5856.23에 거래되는 중이다.
종목별로는 기술주가 급락세다. 테슬라는 6.33% 내리고 있고 엔비디아는 5.02% 밀리고 있다. 메타는 3.05% 하락 중이다. 애플은 2.68% 약세를 나타내고 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각각 2.26%, 2.03% 내리고 있다.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는 2.76% 하락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파월 의장을 압박하며 통화정책의 독립성 우려를 키웠다. 그는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 "사실상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주요 패배자인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너무 늦은 남자)가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고 썼다. 지난 17일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내가 그를 아웃(out)시키고 싶다면 그는 정말로 빨리 쫓겨날 것"이라고 해임을 언급한 뒤 나흘 만에 또 다시 파월 의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월 의장 해임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그 문제를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당국의 독립성을 흔들면서 주식시장에서 매도세가 짙어지고 있다. 관세발(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Fed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한편, 경기 침체가 현실화 될 경우 파월 의장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계산이란 분석이 나온다. 관세 충격으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Fed는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놓고 딜레마에 놓였다.
통화정책 독립성 침해 우려로 미 자산에 대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며 주식뿐 아니라 달러 가격도 약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거래일 보다 0.98% 하락한 98.16을 기록 중이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확대되면서 금 선물 가격은 21일 온스당 3400달러를 돌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페퍼스톤의 마이클 브라운 선임 리서치 전략가는 "파월 의장이 해임된다면 초기 반응은 금융 시장에 엄청난 변동성을 주입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상상 가능한 수준에서 가장 극적인 미국 자산 탈출 러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Fed의 독립성이 명백히 위협받고 있을뿐 아니라 달러 약세, 미국 패권의 약화 가능성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 각국의 무역 협상 진전과 관련해 뚜렷한 징후도 나오지 않으면서 반등 재료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 협상에 나서는 국가들을 향해 중국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관세 면제를 받아낼 경우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21일 "중국은 어떤 국가가 중국의 이익을 희생한 대가로 거래를 달성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만약 이런 상황이 나타나면 대등하게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US 뱅크의 로버트 하워스 선임 투자 전략가는 "관세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기업 실적과 의사결정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번 주에는 빅테크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22일 테슬라, 24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실적 발표가 예정됐다. 주요 경제 지표로는 S&P글로벌이 23일 미국 서비스업·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발표하고, Fed도 같은 날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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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금리는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bp(1bp=0.01%포인트) 오른 4.34%,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6bp 내린 3.72%를 기록 중이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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