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에 대한 관심이 로스쿨 교육 현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일부 로스쿨은 관련 과목을 정식 개설하거나, 공과대학 연구실과 협력해 법률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리걸테크 교육을 일선에 도입하고 있다. 로스쿨생들은 “학업 자체에 리걸테크를 활용하는 경우는 제한적이지만 AI의 발전에 대비해 리걸테크 교육이 실무 역량을 쌓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양대, 정규 과목 개설
한양대 로스쿨은 2023년부터 리걸테크 실무 과목을 개설했다. 이 수업은 1학년 대상 실무 선택과목으로 필수과목인 ‘법률정보의 조사’와 별도로 열렸다. 2023년에 이 과목을 수강한 20명의 로스쿨생들은 AI 관련 법·정책 현안 중심의 수업을 듣고 논문을 작성했다. 수업에서는 AI의 데이터 활용과 학습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문제 등 법적 쟁점과 데이터 편향성 등이 다뤄졌다.
해당 과목은 일부 학생들에게 수상 실적을 안기는 계기가 됐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초거대 AI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공공 리걸테크 서비스-웹기반 약관 요약 및 검수 서비스’ 논문으로 대상을 수상한 것. 한양대 법학연구소가 발간하는 '법학논총'에 'LDA 토픽모델링을 통한 강간죄 판례분석'과 '상표 유사판단 분야에의 AI 도입 검토'를 주제로 학술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 과목은 2024년 로스쿨생들이 한양대 공과대학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함께 리걸테크 시제품을 제작하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확대됐다.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경찰 수사단계에서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자동으로 검토하는 서비스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개인을 위한 법률 요건 안내 서비스 등 실질적인 문제의식을 다루는 리걸테크 서비스를 기획했다. 이 과목을 수행하고 서비스를 기획한 한양대 로스쿨생은 “법률 AI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판결문 구조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학업을 더욱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서강대, 공대 연계 AI 서비스 개발
로스쿨생이 공과대학 연구실과 협력해 AI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 사례도 있다. 서강대 로스쿨 인공지능법학회에 소속 로스쿨생들은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연구실과 협력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설명 가능한 AI 서비스' 개발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정관을 검토하는 법률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구 모델이 제공하는 조항과 판례가 적절한지 평가하고, 모델이 참고할 만한 법률 정보 사이트를 제공하는 역할 등을 수행하고 있다
연대·성대도 수업에 포함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차원의 리걸테크 교육 프로그램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법전협은 2024년 11월과 2025년 2월 각각 엘박스, 로앤컴퍼니와 법률 AI 교육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엘박스는 2025년 전국 25개 로스쿨 중 24개 로스쿨을 대상으로 교육한다. 성균관대와 연세대, 원광대를 포함한 8개교는 정규 수업에 리걸테크 내용을 일부 포함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완료했다. 로앤컴퍼니도 2025년 1학기부터 법률 AI 교육 강좌와 로스쿨 대상 신규 서비스 기획 등을 위해 법전협과 논의 중이다.
학생들 “리걸테크는 필수 역량”
로스쿨생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당장 학교에서 리걸테크를 활용할 일은 드물지만 법률가로서 갖춰야 할 역량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양대 리걸테크 실무 수업을 수강한 로스쿨생은 “입학 전부터 법률시장에서 AI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을 봤다”며 “아직 학업에서는 판례 요약과 같은 일부 기능만 활용하지만, 실무에서 AI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다 보니 이에 대비해 목적의식을 갖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같은 수업을 수강한 학생도 “실무 환경이 AI 도입으로 많이 변하게 될 텐데 미리 배우면 더 빨리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 수업을 수강했다”며 “법률가로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법적 쟁점이 있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수도권 로스쿨의 한 학생도 “리걸테크가 점차 법률가로서의 실무 역량 중 하나로 인식되는 분위기여서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리걸테크 과목을 담당한 박혜진(44·사법연수원 37기)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불과 2년 사이 학생들이 기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전에는 흥미 위주의 접근이었다면 이제는 점차 기술을 이해하는 것의 필요성을 느끼고 AI를 실무를 위한 역량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변호사시험과 직결된 과목이 아닌데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주변 동료 교수들의 격려와 도움 덕분에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리걸테크 교육 도입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진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AI 서비스를 활용할 때 핵심은 정보의 ‘질과 양’이고, 결국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법률 지식이 가장 중요하다”며 “법학 교육의 본질을 고려할 때 기초적인 법적 해석과 판단 능력을 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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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연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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