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차량 완전히 통제…휴교, 기업 재택근무
안국역서 탄핵 찬반 집회 열려
경찰 헌재 인근 100m 진공화
"직원 출입증 보여 주시고 없으면 다른 길로 돌아서 가셔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이틀 앞둔 2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안국역 2번 출구 앞 도보에서는 경찰들이 오가는 시민들에게 계속 '돌아가라'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곳은 1일만 해도 통행이 가능한 길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헌재 주변 경호 수위를 높이면서 통제됐다. 현재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사거리는 헌재 쪽으로의 차량 이동은 완전히 통제됐고, 반대 방향인 종로3가 쪽으로 돌아가야 한다. 안국역부터 경복궁역 주변의 서울 중심가 도로는 2일 아침 출근길부터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1일 밤새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탄핵 찬반 단체들의 밤샘 집회 탓이다.
헌재 주변은 삼엄한 경비 태세가 갖춰지면서 만일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은 선고 당일인 오는 4일 헌재 주변 100m를 완전히 비울 예정이다. 가용 가능한 경찰력이 총동원되는 '갑호비상령'이 발동된다. 4일 탄핵심판 선고일에는 전국 기동대 338개 부대 소속 2만명이 투입된다. 이 중 기동대 210개 부대 소속 1만4000명이 서울에 집중 배치된다. 소방 차량 34대와 소방 인력 245명도 현장에 투입되고, 헌재 주변엔 경찰특공대도 대기한다. 만약 헌재 내부 난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을 경우엔 즉각 현행범 체포되고, 폭력 사태 발생 시에는 특공대가 출동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17일부터 가동된 '시민안전대책본부'의 본격가동과 역할 확대에 돌입했다. 탄핵 심판 선고일 전후 사흘간 광화문·안국역·여의도 등에 인파 관리 인력으로만 하루 최대 1350명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이동통신 3사에 이동 기지국 증설도 요청했다.
경찰과 서울지하철 당국에 따르면 오는 4일에는 헌재 인근 안국역은 첫차부터 역을 폐쇄하고 무정차 통과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미 선고 사흘 전인 1일부터 안국역 출구 6개 중 4개를 통제했다. 서울교통공사는 경찰과 협의해 인근 광화문역과 경복궁역, 종로3가역, 종각역, 시청역, 대통령 관저 인근 한강진역도 역장 판단에 따라 무정차 통과시키기로 했다.
서울경찰청은 24시간 상황 관리 체제에 돌입하고 헌재 앞 재동교차로 일대 율곡로를 전면 통제했다. 집회 인원이 증가할 경우에는 사직로, 세종대로 등으로도 통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헌재 인근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국립고궁박물관은 선고 당일 문을 닫는다. 궁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도 순연되거나 일부 취소됐다. 경복궁 흥례문 일대에서 열리는 수문장 교대 의식은 오는 4일에는 하지 않는다. 창덕궁에서 4일 열릴 예정이던 '오얏꽃등 밝힌 창덕궁의 밤'은 취소됐다.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 주요 박물관, 미술관도 4일 휴관한다. 서울공예박물관도 홈페이지에 4일 휴관을 공지했다. 헌재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운현궁도 4일 관람을 중지하기로 했다.
헌재 인근 6개 학교는 2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집회가 거세진 데 따른 주변 통학로 위험도 상승 때문이다. 재동초·재동초병설유치원·운현초·운현유치원·교동초·경운학교 등이 먼저 휴업에 들어갔고, 덕성여자중·고등학교는 일단 오후 1시까지 단축 수업을 한다. 3일부터는 덕성여중·고까지 8곳이 임시휴업하고 중앙중·고, 대동세무고 등 3곳은 단축 수업을 한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인 오는 4일에는 헌재 인근의 11개 학교가 모두 문을 닫는다. 이 밖에 대통령 관저 인근의 한남초와 한남초병설유치원도 임시 휴업을 한다.
오는 4일은 헌재 근처 기업들도 재택근무로 전환해 사무실 출근을 줄인다. 헌재 일대에 사옥을 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2일 사내 공지를 통해 사옥 방호 인력 등 최소한의 필수 인원을 제외한 임직원이 재택근무하라고 했다.
탄핵 찬반 집회는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축이 된 탄핵 찬성 측은 1일 밤부터 안국역 6번 출구 앞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했고, 자유통일당이 이끄는 탄핵 반대 측도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철야 농성 중이다.
2일 안국역 5번 출구 부근에서 '탄핵 기각' 팻말을 든 김모씨(60)는 "오전 7시부터 탄핵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 지정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포항에서 달려왔는데 금요일까지 쭉 헌재 주변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영씨(71)는 "윤 대통령 탄핵 기각 100%, 각하 99%, 인용 0%로 보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탄핵 반대에 나서 윤 대통령이 어서 빨리 복귀해 미국 관세 등 글로벌 현안에 우리나라가 발 빠르게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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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안국역 6번 출구 앞 탄핵 찬성 집회에 나온 류건환씨(59)는 "나라가 분열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탄핵이 인용돼야 한다"며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고 내란 세력을 척결해야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가 될 거라고 본다"고 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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