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정전 등 어려움 속 '고육지책'
트럼프 발 '2차 관세' 고비까지 맞닥뜨려
고질적인 연료난에 허덕이는 남미 베네수엘라가 공공기관 주간 법정 근로시간을 줄였다.
2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엘나시오날 등 외신은 베네수엘라 정부 당국이 관영 언론을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기후 위기로 인한 전 세계적 기온 상승 추이를 고려해, 공공기관 근로 시간을 오전 8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로 조정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베네수엘라 당국은 법정 근무일을 사흘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일주일간 총 근무하는 시간이 13시간 30분에 그치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전등이 아닌 자연광 활용하기, 에어컨 온도 높이기,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 전원 끄기 등 구체적인 행동 요령도 지시했다.
당초 6주간 단축근무를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일각에서 기약 없는 단축근무가 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6주 후 위기가 극복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은 "수력발전소 가동까지 어렵게 만든 가뭄이 5월부터 해소될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위기가 계속된다면 단축근무가 연장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의 비정부기구(NGO) 프로베아는 "베네수엘라의 발전량이 정상치의 80%에 그치고 있다"면서 단기 내 전력 위기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이번 노동 시간 단축 조처의 주된 이유로 '기후 위기'를 꼽았지만, 최근 연료 부족에 따른 잦은 정전 사태로 전력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는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7~8월에 카라카스를 포함한 전역에서 전력 공급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2019년에는 대규모 블랙아웃으로 학교가 일주일 안팎으로 휴교하고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2019~2021년에는 정전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받던 233명의 환자가 숨졌다는 국가 보고서도 있다. 지난해 정전 사태에 당국은 "외부 세력의 파괴 공작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원유 매장량 세계 1위로 알려진 베네수엘라는 국영 석유회사인 PDVSA(Petroleos de Venezuela, S.A)의 부실 경영과 시설 노후화 등으로 발전소를 돌릴 연료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제재까지 겹치면서 원유를 휘발유로 정제하는 데 필요한 성분을 제때 충당하지 못해 연료 부족 현상이 가중됐다. 휘발유·경유가 부족해 주민들은 기름을 찾아 헤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베네수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관세라는 또 다른 장애물과 맞닥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나 가스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의 모든 교역 과정에서 25%의 관세를 내야 한다”며 관세 부과 개시일을 4월 2일로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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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2차 관세'(Secondary Tariff)라고 말한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는 의도적이면서도 기만적으로 수많은 범죄자를 미국에 위장 송환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로 관세 부과 배경을 설명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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