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최대 10도 높았던 韓 기온
바싹 마른 낙엽·식물이 산불 피해 ↑
"기온 1도 오르면 산불피해 14% 증가"
경북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산불을 일으킨 발화 요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피해를 키운 배경에는 기후위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이 더 번번해지면 다시 탄소배출이 늘어나고 기후위기 속도가 빨라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미국 환경 과학자 등으로 구성된 클라이밋 센트럴은 지난 25일 한국의 영남권 산불 사태에 대해 "산불이 발생한 지난 21~26일 한국 기온은 1991~2020년 평균보다 4.5~10도 높았다"며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이 위험한 산불 사태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평균보다 건조한 기후가 형성됐고 북쪽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대륙풍, 겨울철 눈 부족이 겹쳐 심각한 가뭄 상황이 이어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와 건조한 기후가 산불 피해를 키웠다는 뜻이다.
그간 과학계에서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위기가 산불 발생 가능성과 위험성을 높인다고 지적해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지난달 공개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슈퍼컴퓨터는 기후변화로 지구온도가 1도 오를 때 매년 산불로 소실되는 지구 면적이 14% 늘어난다는 결과를 내놨다. 특히 중남부 아프리카와 적도, 마다가스카르, 호주, 북미 서부의 화재가 두드러지게 늘 것으로 분석했다.
지구온난화가 산불 위험을 높이는 건 고온 건조한 기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평균보다 기온이 따뜻하고 비와 눈이 적게 내리면 식물의 수분함량이 줄어든다. 산림의 낙엽과 분진도 바짝 마르면서 산불 확산에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2023년 약 1500만㏊의 산림을 태운 캐나다 산불의 배경에도 이례적인 고온현상이 있다. 당시 지구 온도는 1850년 이후 가장 더웠고, 캐나다 기온은 1991~2020년 평균보다 2.2도 높았다.
산불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는 대부분 화석발전회사에서 나온다. 미국 비영리 과학자 단체인 UCS는 2023년 5월 화석연료량이 수증기압차(VPD)를 얼마나 높이는지 분석했다. VPD는 공기가 얼마나 많은 수증기를 흡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VPD가 높은 지역은 식물과 토양에서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쉽게 건조해진다. UCS에 따르면 미국 석탄발전회사 88개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북미 서부에서 40년간 발생한 산불로 타버린 면적 3분의 1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연구됐다.
고온 기후가 강풍과 만나면 산불 진화를 더 어렵게 해 피해를 키운다.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산불은 속도가 160㎞에 이르는 산타아나 바람으로 피해가 커졌다. 매해 가을과 겨울철 캘리포니아 지역에 부는 바람인데 그레이트베이슨 사막을 지나면서 건조한 바람으로 바뀌는 성질이 있다. 2022년 경북 울진과 삼척 산불이 크게 번진 것도 강원도 양양과 고성에서 불어오는 '양간지풍' 영향이 컸다.
산불은 탄소 배출량을 늘리면서 지구온난화 속도를 높이는 악순환을 만든다. 영국 기상청,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가 매년 공개하는 '산불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2023~2024년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 산불로 인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총 86억t으로 집계됐다. 평년보다 16%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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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의 매튜 존스 기후변화연구센터 연구원은 "캐나다에서 화재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거의 10년분에 달하며, 단일 화재 시즌에 20억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기록됐다"며 "이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지구 온난화가 심화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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