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의원직 상실형에서 2심서 무죄로
"김문기와 골프 안쳤다는 취지로 보기 어렵다"
"'백현동 국토부 협박'은 의견 표명"
사법리스크 남았지만 차기 대선엔 '청신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이로써 이 대표는 차기 대선 출마를 앞두고 사법 리스크 부담을 일부 덜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공판을 열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1시간 30분 이상 진행된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이 유죄로 판단한 쟁점을 모두 뒤집은 것이다. 1심 선고 이후 131일 만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 지역 변경이 국토교통부 압박에 따른 것이 모두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이 대표 측의 검찰 공소권 남용 및 국회증언감정법상 국회에서 한 발언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문기 관련 발언, 허위성 인정 어려워…백현동 발언은 의견 표명"
앞서 지난해 11월 1심에서는 '김 처장과 골프를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과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발언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으나, 2심에서 이를 모두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김문기 관련 허위사실 공표로 기소한 네 차례 방송에서 이뤄진 발언은 모두 공직선거법 250조 1항에서 정한 후보자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먼저 재판부는 김 전 처장과 관련된 발언을 크게 '김문기 모른다',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 '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 '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기소 이후 김문기를 알았다' 등 네 가지로 나눠 허위사실 여부를 짚었다. 재판부는 각각 발언의 취지와 상황을 살펴보며 "'행위가 아닌 인식에 관한 것'이어서 허위사실로 판단할 수 없고, 교유 행위 거짓말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유죄로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패널의 질문에 대한 전체 답변 중 일부"라고 했다.
또 재판부는 국민의힘에서 공개한 이 대표와 김 처장의 '골프 사진'에 대해서도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본은 10명이 한꺼번에 포즈를 잡고 찍은 것이므로 골프를 쳤다는 증거를 뒷받침할 자료로 볼 수 없고, 원본 중 일부 떼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대표의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과장한 것은 맞으나, 허위사실로는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대표 발언을 단락별로 나눠 설명하며 "정치적 의견표명에 해당함으로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핵심 내용은 국토부가 법률에 따라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공공기관 용도 변경과 관련해 다각도로 압박받는 상황을 인정할 수 있다"며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도 받았다' 발언은 당시 상당한 압박감을 과장한 표현일 수는 있지만, 허위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이날 이 대표 측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두 건에 대해서는 각각 기각·각하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이 허위에 해당한다는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상고할 경우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대법원 확정판결은 이르면 6월 중 나올 수도 있다. 앞서 대법원은 선거법 사건에서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한 이른바 ‘6·3·3 규정’을 지켜달라고 일선 법원에 요구했다.
향후 조기 대선에 '청신호'…여전히 사법리스크는 존재
이번 판결로 이 대표는 일정 부분 ‘사법 리스크’를 덜게 됐다. 이 대표는 1심과 같이 2심에서도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고 이런 형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될 경우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1심 당선무효형이 2심에서 전부 무죄로 뒤집히면서 이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 위기에서 일단 벗어나게 됐다.
이 대표는 이번 사건 외에도 위증 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4가지 사건에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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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만약 이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엔 헌법 84조에 따라 '불소추 특권'을 받게 돼 진행 중인 재판이 중지될 수도 있다. 우리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돼 있다. ‘형사 소추’가 재판까지 포괄하느냐에 대해서는 법조계와 학계에 논란이 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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