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급 이상 인사 때 오던 축하 난
중요도 높은 예산실 사무관도 대상
"과장 인사 때는 1층이 꽃밭인 줄"
인사철 관행적인 문화 개선 의견도
최근 기획재정부 예산실 사무관들 앞으로 축하 난이 여럿 배달돼 눈길을 끌었다. 나라 곳간을 관리하는 예산실 중요도가 크다 보니 과장급 이상 인사 때 볼 수 있던 모습이 사무관 인사 때도 나타났다. 일각에선 각종 인사 때마다 관행적으로 축하 난과 화분을 보내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7일 기재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1층에는 최근 호접란 등의 축하 난이 여럿 배달됐다. 지난 25일 오후 기준으로 축하 난은 20개 넘게 있었고, 축하 문구가 담긴 리본을 달고 있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몇몇이 가져간 상태임에도 적지 않은 수의 축하 난이 수령자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해당 축하 난 다수는 기재부 예산실 소속 사무관을 대상으로 했다. 예산실 출신 사무관 승진자도 포함했다. 지난 24일 기재부에서 승진과 전보를 포함한 주무관, 사무관 정기 인사 발령을 하자 다른 정부 부처뿐 아니라 각종 청과 처, 공사 등의 관계 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예산을 담당하는 사무관에게 축하 난을 보낸 것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들은 과장급 이상 인사가 있을 때 주로 오던 축하 난이 사무관에게 배달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핵심 부서인 예산실의 경우 국가 예산을 편성, 관리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중요도가 매우 높아 여러 곳이 관리 차원에서 축하 난을 사무관에게도 보낸 것이란 해석도 했다.
기재부 A 사무관은 "국장이나 총괄과장급 정도여야 인사가 있을 때 축하 난을 받는 편"이라며 "사무관들이 받는 경우는 잘 없고 (그런 사례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재부 B 과장도 "다른 국에선 사무관은 물론 국장과 과장도 못 받는 경우가 있다"며 "축하 난이 직급보다는 직위를 따라다니는 것 아니겠냐"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각종 인사 때마다 축하 난을 보내는 사례가 확산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과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후 한동안 자제하다가 점차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울산시교육청은 지난달 인사철 때 축하 난과 화분을 받지 않도록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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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C 주무관은 "지난달 과장급 인사가 크게 났을 때는 배달 온 축하 난과 화분이 워낙 많아 1층이 꽃밭인 줄 알았다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기관장 업무추진비로 난을 보낼 텐데 인사 때마다 보내는 것은 예산 낭비인 것 같다"며 "관행처럼 굳어진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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