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가 3만원…시세 대비 절반 가격
CB로 ‘외형 확대-지배력’ 두 마리 토끼 잡아
로봇자동화 전문기업 유일로보틱스의 김동헌 대표가 전환사채(CB) 콜옵션(매수선택권)을 활용해 주식을 반값에 취득했다. CB로 조달한 자금을 신공장 증설에 투자하며 주가가 상승한 영향인데, 회사의 외형 확대와 지배력 강화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일로보틱스는 제1회차 CB 중 액면가 88억2077만원 규모에 대한 콜옵션을 김 대표 및 회사 임원 4인에게 행사했다고 공시했다. CB 인수가격은 액면가에 2.0175%를 더한 약 90억원이다.
제1회차 CB의 주당 전환가는 2만9568원이다. 콜옵션 행사 대가를 고려하면 김 대표 등은 주당 3만165원에 주식을 인수하는 셈이다. 전날 유일로보틱스가 6만4000원대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시세보다 50%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이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총 29만8321주(2.53%)가 새로 발행된다. 김 대표는 콜옵션이 행사된 CB 중 액면가로 39억2077만원을 배정받았다. 전환이 가능한 주식 수는 13만2601주(1.13%)다.
제1회차 CB는 2023년 5월 330억원 규모로 발행된 물량이다. 발행 대상자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라이노스자산운용 등이었다. 당시 이자율이 0%로 책정되는 등 유일로보틱스에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됐다.
여기에 지배력 희석을 방지하기 위해 전체 물량 중 30% 한도로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도 붙였다. 유일로보틱스가 99억원 한도로 직접 CB를 회수하거나 제3자에게 양도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옵션이다. 이번에 행사한 콜옵션은 전체 CB의 26% 수준이다.
유일로보틱스는 이렇게 조달한 330억원을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건설 중인 신공장에 투입했다. 유일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개발 및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시스템 등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직교로봇, 협동로봇, 다관절 로봇 등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기기로 구성한 자동화 시스템을 주요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청라 신공장의 공정률은 95%로 올 상반기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신공장 규모는 사무동 2000평, 생산동 3000평 등 총 5000평으로 기존 인천 남동공단 본사 450평보다 규모가 10배 이상 크다. 신공장의 생산 능력은 23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유일로보틱스는 CB를 통해 회사의 외형 확장과 경영진의 안정적 지배력 확보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시장에서는 청라 신공장 완공 후 유일로보틱스의 실적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일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액 351억원, 영업이익 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일로보틱스는 청라 신공장 확장으로 대형 로봇 조립 및 대규모 수주 대응에 유리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지난해 SK배터리아메리카가 약 37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오르고 SK 측 이사회 멤버도 합류한 만큼 SK그룹과 장기적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