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환 배우 첫 오페라 무대
내달 10일 세종문화회관 개막
1969년 연극 '낯선 사나이'로 데뷔해 연기 경력 57년차의 관록을 자랑하는 배우 정동환이 처음으로 오페라 무대에 선다.
무대는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4월10~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파우스트'다. 대중은 여러 공연 장르 중에서도 특히 오페라를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로 여긴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 편견을 깨기 위해 오페라에 연극적 형식을 결합한 오플레이 형식으로 파우스트를 공연할 예정이다. 오플레이는 오페라에 연극을 뜻하는 플레이(Play)를 결합한 단어다.

정동환은 노년의 파우스트 역을 맡아 극의 시작과 마지막 부분에 등장할 예정이다. 특히 파우스트 박사의 독백으로 이뤄진 극의 시작부를 이끌면서 5막으로 이뤄진 대작 오페라에 관객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정동환 배우는 지난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첫 오페라라 고민이 많다며 밤잠 설치면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연극과 오페라의 형식 자체가 달라서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대사가 긴 것도 아니고 많은 것도 아닌데 잠시도 놓칠 수가 없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연극 형식은 1막의 앞 부분에 적용되고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를 만나 그를 유혹하는 장면부터 오페라 공연이 시작된다"며 "전체적으로 80~90% 정도는 오페라 공연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파우스트는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가 약 60년에 걸쳐 쓰고, 사망하기 불과 몇 개월 전 완성한 희곡으로 선과 악, 삶과 구원 등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파우스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거래를 하는 인간의 얘기를 다룬 수많은 작품의 원형처럼 여겨진다.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1818~1893)가 같은 제목의 오페라로 작곡해 1859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했다. 오페라 파우스트는 중간휴식을 제외해도 공연시간만 3시간 가까이 되는 대작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도 도입부를 연극 형식으로 축약했음에도 공연시간만 2시간20분에 달할 예정이다. 두 차례 중간휴식을 포함하면 전체 공연 시간은 약 3시간에 달할 전망이다.

오페라는 성악가들이 무대 위에서 노래와 연기를 모두 보여주는 장르지만 중심은 노래다. 그래서 연기를 통해 주로 전달되는 이야기는 축소되고 때로 생략되기도 한다.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오플레이는 그런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
엄숙정 연출은 "파우스트가 내용이 어려운 5막으로 공연 시간도 긴 작품이다. 빠르게 전해지는 장면들을 관객들에게도 좀더 쉽게 친밀하게 전달해주고자 하는 점에서 오플레이 형식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1막에서 노년의 파우스트가 나오는 장면은 작품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중요한 개념들이 굉장히 많이 담겨 있는 부분이다. 연극 형식이 (오페라) 작품 고유의 특성을 깨는 것이 아니라 뭔가 더 좋은 요소를 더해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든 지휘자도 "연기적인 측면이 강화되면서 음악적으로도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뜨는 뉴스
오페라의 주인공은 대부분 테너가 맡지만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맡는 바리톤이 테너만큼 주목받는 작품이다. 메피스토펠레스 역은 독일어권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Kammersanger)' 작위를 받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과 베를린 국제 음악 페스티벌 콩쿠르 2위에 오른 베이스 전태현이 맡는다. 젊은 파우스트 역은 독일 브레멘 극장 전속 성악가로 활약하고 있는 테너 김효종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린데만 영 아티스트'에 발탁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테너 박승주가 맡는다. 마르그리트 역은 독일 도르트문트 극장의 전속 가수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손지혜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소프라노 황수미가 연기한다. 이 외 발랑탱 역은 줄리에타 시미오나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이승왕과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 성악가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김기훈이 소화하며, 시에벨 역은 남성 4중창단 '포르테나'의 멤버로 JTBC '팬텀싱어4'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카운터테너 이동규, 지난해 서울문화재단 한강 노들섬 클래식 오페라 '카르멘'에서 주인공 카르멘 역을 소화한 신예 메조소프라노 정주연이 맡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