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의사고 1738건 적발
82억원 편취한 431명 수사의뢰
일용직·배달업·자동차관련업 순으로 많아
30대 직장인 이나현씨는 퇴근길에 자신의 차량을 몰고 가던 중 좌회전을 위해 1차로에서 신호를 대기했다. 그는 신호를 받고 좌회전을 하다 흰색 구분선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해 2차로를 침범했다. 그 순간 20대 배달업 종사자 김모씨가 탄 오토바이와 충돌했고 결국 보험사를 통해 배상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금융감독원과 보험사 확인 결과 김씨가 이씨 차량을 감속·회피없이 고의로 들이받은 것이다. 김씨가 같은 장소를 여러번 돌며 고의사고를 유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결국 김씨는 보험사기로 경찰에 고발됐다.
지난해 발생한 자동차 고의사고 보험사기에서 2030세대 남성이 약 9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704억원 규모로 적발된 자동차보험사기는 전체 보험사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어 정부가 특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자동차보험사기를 조사해 1738건의 고의사고를 야기하고 82억원을 편취한 혐의자 431명을 적발해 수사의뢰했다고 20일 밝혔다. 금감원이 자동차 고의사고 공모에 조사역량을 집중해 혐의자가 전년(155명)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적발된 혐의자들은 주로 소득이 불안정한 2030세대(88.6%) 젊은 남성들이었다. 20대가 56.8%(245명), 30대는 31.7%(137명)를 차지했다. 이들 중 93.5%는 친구와 가족 등 지인과 사전에 고의사고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업별로는 일용직 23명, 배달업 21명, 자동차관련업 17명, 학생 16명, 자영업자 11명, 무직 6명, 기타 10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이들은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직업 유무가 파악된 104명 기준이다.
사고유형을 보면 '진로변경'이 6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진로를 변경하는 상대 차량을 확인하고도 감속하지 않거나 속도를 올려 고의로 충돌하는 경우다. '교차로'는 11.9%로 뒤를 이었다. 교차로에 진입하거나 좌·우회전하는 상대 차량을 확인하고도 감속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 접촉사고를 내는 경우다. 뒤이어 후진주행(8%), 후미추돌(7.7%), 법규위반(4.1%) 등의 순으로 많았다.
혐의자들은 버스터미널 사거리 등 교통량이 많거나 회전교차로와 합류차선 등 취약한 도로환경에서 피해차량이 진행차선을 침범하는 경우를 주로 악용했다. 주간보다는 신속한 사고 대응이 어렵고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 시간대를 주로 노렸다. 이들은 경찰신고를 회피하거나 다수의 공모자와 동승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속한 합의를 유도하거나 편취금액을 확대하기도 했다.
차량번호가 확인된 고의사고 1736건 중 자가용이 994건(57.2%)으로 가장 많았다. 렌터카와(338건·19.4%) 이륜차(291건·16.7%)가 뒤를 이었다. 혐의자들은 주로 대인보험금(합의금 등)을 노리고 차량을 활용해 고의사고를 일으켰다. 편취금액 82억원 중 대인보험금이 55억원으로 대물보험금(27억원)보다 많았다. 자가용·렌터카·영업용 사고의 평균 지급보험금(501만원)은 이륜차·보행자 사고의 평균 지급보험금(337만원)보다 많았다.
혐의자들은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격수 구합니다' 등의 광고글을 올려 자동차 고의사고 공모자를 모집했다. 이후 가해자·피해자 역할을 분담하는 등의 수법으로 공모해 고의사고를 일으켰다. 지난해 8월14일 보험사기 알선·유인·권유·광고 행위의 처벌 조항을 담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아직 불법행위가 여전한 상황이다. 알선·유인 금지행위 위반 시 10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지만 처벌 수위가 낮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감원은 자동차 고의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응요령도 전달했다. 우선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등 안전운전의 생활화가 필요하다. 복잡한 도로에서 좌회전 차선준수와 양보운전 등 3대 사고유형(차선변경·교차로·후진주행)의 상황별 예방요령을 잘 숙지해야 한다.
자동차 고의사고 의심 시 관계당국에 적극 제보해야 한다. 고의사고가 의심되면 합의는 신중하게 결정하고 보험사와 경찰에 알려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이 된다. 사고처리 후 금감원과 보험사 신고센터에 적극 제보하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자동차사고 현장사진과 목격자 진술·연락처, 블랙박스 등 과실의 명확한 입증을 위한 증거자료 확보도 중요하다. 보험사기 고의성 분석에 필요한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반드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영상기록장치의 전원이 켜져 있는지, 상대차량이 명확히 보이는 위치에 설치했는지, 기록된 영상이 즉시 추출 가능한지 등 사용법 등을 미리 숙지해야 한다.
단기·고액알바 명목으로 보험사기를 권유하거나 수행하는 것은 관련법의 처벌을 받는 범죄행위여서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고의사고를 유인·알선하는 광고글이나 권유가 있다면 증거(녹취·메시지 등)를 금감원이나 보험사에 제보하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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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앞으로 자동차 고의사고와 알선·유인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획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해보험협회와 함께 고의사고 다발 교차로 등에 대한 예방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청년층이 자동차 고의사고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경각심을 제고하고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금융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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