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향수·화장품에 지갑 여는 소비자
불황에도 작은 사치 누리는 '립스틱 효과'
고물가 시대에도 작은 사치를 누리는 '스몰 럭셔리'가 인기다. 외제차나 명품 의류, 주얼리 같은 고가 제품 대신 화장품이나 니치 향수처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통해 만족감을 얻는 소비 트렌드를 의미한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향수와 화장품 등 뷰티 라인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LVMH 매출 감소에도 향수·화장품은 성장세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명품 브랜드 매출은 하락 중이다. 루이비통과 디올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846억8300만 유로(약 133조4510억원)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패션·가죽제품과 시계·주얼리 카테고리의 매출이 각각 2.6%, 3% 감소했다. 특히 주류 카테고리의 경우, 2023년 66억 유로(약 10조4103억원)에서 2024년 58억6000만 유로(약 9조2431억원)로 11% 급감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환율 변동의 영향으로 고급 와인과 증류주 소비가 감소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비교적 저렴한 향수 및 화장품 카테고리의 매출은 성장세를 보였다. LVMH의 향수·화장품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했으며, 향수·코스메틱 뷰티 편집숍 세포라를 포함하는 특수 리테일 부문도 2% 성장했다. LVMH 측은 "세포라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했고,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향수·화장품 리테일러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불황일수록 명품 화장품 인기… '립스틱 효과'
이 같은 소비 경향은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와도 관련 있다. 립스틱 효과는 경기가 불황일수록 소비자들이 고가의 사치품 대신 비교적 저렴한 명품 화장품이나 향수 등을 구매하면서 만족감을 얻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소비 패턴은 과거 경제위기에서도 반복됐다. 1929년부터 1933년 사이 미국 대공황 시기에는 산업 생산이 절반으로 급감했지만, 화장품 매출은 오히려 25% 증가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에도 미국의 립스틱 판매량은 11% 증가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도 화장품 매출이 증가하면서 립스틱 효과가 주목받았다. 이런 소비심리를 반영해 미국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는 립스틱 판매량과 경기지수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립스틱 지수를 2001년 발표하기도 했다.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 향수·뷰티 시장 공략 강화
국내에서도 립스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에 명품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지난해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의 명품 화장품 매장 매출은 16~24%로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명품 화장품 매출은 약 20% 늘었고 신세계백화점은 16.3%, 현대백화점은 24.0%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각 백화점의 명품(패션) 매출 증가율은 약 5%, 6.2%, 11.7%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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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발맞춰 명품 브랜드들은 향수와 뷰티 라인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1854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화장품 라인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화장품 부문에서 '라 보떼 루이비통'(La Beaute Louis Vuitton)을 올해 가을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도 2023년 '프라다 뷰티'를 내놓으며 뷰티 시장에 발을 들인 후 국내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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