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위기 맞자 2023년 11월 구원투수로 등판
쇄신 노력했지만 주가조작으로 구속 시련
넉달전 보석 석방됐으나 이번에는 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창업주 자리 비운 상황에서
AI 사업 키우고, 비핵심 사업 정리해야
시험대 오른 카카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지 1년6개월 만에 물러난다. 김 창업자는 2023년 11월 문어발 사업 확장으로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던 카카오의 구원투수로 등장했었다. 지난해는 사법 문제를 겪다가 이번에는 건강 문제로 공식적인 경영 활동을 중단하게 되면서, 카카오는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3일 카카오는 카카오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CA협의체 의장에서 김 창업자가 물러나고, 정신아 카카오 대표 단독 의장 체제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1월부터 공동 의장을 겸임했었다. 그가 그룹쇄신을 위해 진두지휘한 경영쇄신위원회도 해산한다. 카카오 측은 "김 창업자는 그룹의 비전 수립과 미래 전략을 그려가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직책은 계속 수행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경영에 직접적인 관여는 안 하게 된 셈이다.
김 창업자가 복귀한 지 2년이 채 안 된 시점에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 이유는 방광암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창업자에게 최근 건강상 문제가 발생해 당분간 치료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렁 빠진 카카오, 구원투수로 등장했지만
김 창업자는 2010년 카카오톡 서비스를 내놓고 카카오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게임·금융·상거래 등으로 진출하며 카카오는 네이버와 함께 양대 IT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020년부터 악재가 터지기 시작했다. 마구잡이로 계열사를 늘려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문어발 확장’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카카오게임·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를 분할 상장한 탓에 주주가치 훼손 논란도 일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만 ‘콜 몰아주기’를 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처벌도 받았다. 2022년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멈춘 ‘먹통’ 사태까지 벌어졌다.
김 창업자는 2022년 3월 "글로벌 시장과 미래에 집중하겠다"며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에서 한차례 물러났지만, 카카오가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2023년 11월 경영 전면에 복귀했다. 김 창업자는 당시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었다. 주요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한 뒤, 이미지 개선을 위해 준법과신뢰위원회도 신설했다. 계열사 문어발 확장도 멈췄다. 2023년 5월 기준 147개에 달하던 카카오 계열사 수를 지난달 기준 116개까지 줄였다.
작년에는 주가 조작으로 고초…사법 리스크 여전
그러나 이런 노력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사건으로 빛이 바랬다. 김 창업자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인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아 지난해 7월 구속됐다. 구속 3개월여 만인 지난해 10월 재판부가 보석을 인용해 풀러나긴 했지만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재판 결과 유죄 판결이 나오면 재구속 될 여지도 있다. 카카오가 김 창업자가 사임 이유로 방광암을 언급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법적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AI 카나나 출시 앞둬…비핵심 사업 정리 '시험대' 오른 카카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카카오 대표에 오른 정 대표가 단독 의장을 맡으며 카카오는 창업자 부재라는 시험대에 또다시 오르게 됐다. 특히 인공지능(AI)이 IT 업계 전반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음에도, 카카오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정 대표의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2023년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LLM) ‘코GPT 2.0’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지금은 자체 LLM 개발 활용과 함께, AI 서비스 출시로 선회해 올해 상반기 중 AI 비서 서비스인 ‘카나나’를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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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날, 카카오는 사내독립기업(CIC)인 포털 서비스 ‘다음’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기로 했다. 다음이 국내 검색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올해 먹거리를 ‘AI’와 ‘카카오톡’으로 점찍은 만큼, 창업자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게 정 대표의 과제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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