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총장 "구속기간 산정 방식, 본안에서 다투도록 수사팀에 지휘"
검찰, 27시간 만에 '즉시 항고' 등 모든 항고 포기 결론…"위헌 가능성 고려"
'구속 취소' 관련 10년 전부터 검찰이 유지해 온 입장과 정면 배치…논란 가능성
공수처 책임론에 대해서는 즉답 피해…탄핵 소추 추진엔 "탄핵 사유 아냐"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법원의 판단을 수용한 검찰이 즉시항고는 물론 석방 후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는 보통항고도 제기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박세현 서울고검장이 이끄는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본안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대응하도록 하라"고 지시하면서다. 대검과 이견을 보였던 검찰 특수본은 '즉시항고' 입장을 관철하지 못하고 윤 대통령 측이 지속적으로 제기할 절차적, 실체적 쟁점에 대응하면서 공소를 유지하기 위한 대비에 나섰다.
심 총장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에 "수사팀과 대검 부장회의 등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적법 절차 원칙에 따라 소신껏 결정을 내렸다"면서 "다만 구속기간 산정 방식은 오랫동안 형성돼 온 법원과 검찰의 실무 관행이다. 기존의 실무 관행과 맞지 않은 부분이어서 동의하기 어렵고, 이 부분은 본안에서 다투도록 수사팀에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즉시항고'와 '석방 지휘' 사이에서 고민한 시간은 약 27시간. 검찰 내부에서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다. 서울중앙지법(재판장 지귀연)의 결정이 나온 7일 오후 1시50분 직후 김 총장은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 대검 부장 6명과 함께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과거 헌법재판소 결정을 고려하면 법원의 결정을 수용하는 게 앞으로 공소 유지에 유리하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반면 검찰 특수본이 구속 기한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 본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8일 새벽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심 총장이 나서 8일 오전 재논의를 거쳐 직접 석방지휘를 하기로 결정했다. 막판까지도 검찰 특수본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 중요 임무 종사자로 수감된 다른 피고인들이 동요할 수 있고, 진술도 흔들릴 수 있다면서 맞섰으나 심 총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석방 지휘'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견이 있었지만 심 총장이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 위헌 가능성 고려
검찰이 법원에 다시 판단을 묻는 모든 절차를 포기하기로 한 배경에는 과거 헌재의 판결이 있다. 헌재는 1993년 법원의 보석허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어 2012년에는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검사가 즉시항고해 피의자·피고인의 구속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위헌 판단을 했다.
대검 지휘부는 법원이 이번에 윤 대통령에게 적용한 구속취소는 즉시항고가 가능하지만, 과거 헌재의 판단 취지를 고려하면 즉시항고를 하는 게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에 위헌 여부를 묻는 사건이 없었을 뿐 언제든지 위헌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은 절차라고 본 것이다. 대검은 '석방 지휘'를 최종 결정하면서 기자단에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즉시항고는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설명을 남겼다.
이런 대검의 결정은 10년 전부터 검찰이 유지해 온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검찰은 2015년 국회가 구속 취소 시 즉시항고 권한을 삭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자 김주현 당시 법무부 차관(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은 "헌재의 결정이 '구속 취소'에도 그대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했다. 구속 집행정지와 달리 사유가 한시적이지 않고, 피고인의 출석을 보장할 만한 조건을 부과할 수도 없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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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심 총장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책임론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야5당이 탄핵소추를 포함한 모든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한 점과 관련해서는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탄핵은 국회 권한인 만큼 진행되면 절차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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