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융합한 농업·의료·금융
'4YFN'에서 만난 내일의 유니콘
한국 기업과의 협업 모색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5(MWC2025)' 현장. 5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1000개가 넘는 부스가 차려진 '4YFN' 스타트업 박람회에서 농업 기술 스타트업 엔키텍(Enkitek)의 푸릇푸릇한 부스가 시선을 끌었다. 실제 재배 중인 새싹채소 위로 카메라가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농장 관리 플랫폼을 개발합니다." 친환경 관련 기술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그린 테크존(Green Tech Zone)'에서 만난 왓슨 엔키텍 매니저가 설명했다. 엔키텍이 제공하는 솔루션은 농부들이 단일 대시보드에서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자동화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식물들의 상태를 관찰하며 병에 걸리지는 않았는지, 물은 제대로 주어져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4YFN(4 Years From Now)은 4년 뒤 MWC 본 전시에 참여할 잠재력을 지닌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박람회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930개의 스타트업과 1000여 명의 투자자가 참가해 약 500억유로 규모의 펀드레이징이 이뤄진 바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뉴로일렉트릭스(Neuroelectrics)가 첨단 신경과학 장비를 선보였다. 마네킹 두상에 착용된 특수 뇌파 측정 헬멧이 시선을 끌었다. 올해 7년째 MWC에 참가한다는 니콜라우 CPO는 "우리는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함으로써 우울증을 치료한다"며 "AI 기술을 통해 환자 뇌의 디지털 트윈(시뮬레이션)을 만들어 환자에게 최적의 자극이 뭔지 찾아낸다"고 말했다.
박람회 한 쪽에 마련된 '어워즈 존(Awards Zone)'에서는 특별한 열기가 감지됐다. '4YFN 어워드' 최종 결선에 오른 5개 기업이 모여 있는 이곳은 끊임없이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관람객과 기업 관계자들이 몰려들어 협업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최종 우승한 기업은 '뱅퀴시'로, 배달앱 기사나 유튜버 같은 프리랜서들이 전통적인 월급쟁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의 앱 사용 기록, 수입 내역, 평판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형태의 신용점수를 만들어 은행에 제공함으로써,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대출이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돕는다.
뱅퀴시는 이번 MWC를 계기로 국내 기업과의 사업 협력도 모색할 수 있었다. 페르난데즈 뱅퀴시 대표는 "전날 한국의 케이뱅크 경영진과 면담을 통해 한국의 금융 환경과 새로운 형태의 근로자들이 겪는 신용평가 어려움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고, 곧 화상회의를 통해 더 진전된 사업 계획을 모색하기로 했다"며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 기업 호루스(Horus) ML은 망막 촬영을 통해 무증상 동맥경화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알론소 대표는 "손님들이 줄지어 찾아와서 힘들지만, 계속 설명하면서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어 정말 좋다"며 "스페인을 넘어 유럽과 남미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우리에게 이런 자리는 귀중한 네트워킹 기회"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라몬닷스페이스(Ramon.Space)는 우주 기술 스타트업으로, 위성에 고성능 컴퓨팅 기능을 추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레인지 부사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주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우주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진짜 위성을 만드는 수준까지 회사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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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카네기멜런대에서 만들어진 스타트업 록피시 데이터(Rockfish Data)는 AI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합성 데이터로 해결하는 플랫폼을 선보였다. 무카이 대표는 "AI 모델이 넘쳐나는 시대에 새로운 '황금'은 독점적인 데이터와 훈련에 필요한 데이터"라며 "우리는 정보유출 걱정 없이도 이런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도이치 텔레콤, 포드 자동차, 미 육군 등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올해는 작년 대비 2~3배 성장이 목표"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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