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상속세 최고세율, 이승만 정부땐 90%
세수 확충·적산 징벌 등 목적
박정희 정부선 최고 70%대 유지
화폐단위·정치상황 달라 현행과 단순비교 어려워
"이승만 정부 때 상속세율 90%, 박정희 정부 때는 70%였다."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권의 상속세 감면 논쟁과 관련해 이같이 주장했다(지난 4일 SBS 라디오). 상속세 최고세율이 높아 '징벌적'이라는 여권 주장에 대해 보수진영에서 존경받는 이승만·박정희 정부에서는 더 높은 최고세율을 적용했다는 취지로 받아친 것이다.
이때 상속세 최고세율이 '폭탄급' 수준이었던 배경에는 ▲국가 세수 확충 필요성 ▲적산에 대한 징벌적 과세 등이 있다. 해방된지 불과 5년 후였던 1950년 한국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76달러(2024년 GNI는 3만6624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가난한 나라였다. 일제 수탈로 국고도 바닥이 나 있었기 때문에 정부는 세수를 늘릴 필요가 있었다.
또 당시 상속세 과세 대상자들 중에는 일제강점기에 재산을 축적한 집안들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행정력 부족으로 소득세 등을 거두는 데 한계가 있어 세원이 노출되는 상속 시점에 한꺼번에 세금을 효과적으로 거두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후 상속세는 1억환(환,1962년 통화개혁 이전에 사용된 화폐 단위)을 초과하는 상속 재산에 대해 1956년엔 최고 55%, 1961년엔 최고 30%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차츰 낮아졌다. 다만 이때의 1환은 100원이었지만, 통화개혁을 실시하기 이전이라 화폐 가치가 지금과는 달라 과세표준금액에 대한 단순 비교가 어렵다. 1962년 통화개혁으로 10환이 1원으로 바뀌었다.
박정희 정부(임기 1963~1979년)에선 상속세 최고세율이 70%대였다. 5억원을 초과하는 상속재산에 대해 1968년 최고 70%, 1975년 최고 75%의 세율을 적용했다. 임기 마지막 연도인 1979년엔 최고세율이 67%로 약간 낮아졌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현행과 비슷한 50%대로 진입한 것은 1988년(55%)이다. 금융·부동산실명제 실시로 세원 포착이 용이해지면서 최고세율은 1997년 45%로 더 인하됐으나, 3년 뒤인 2000년 다시 50%로 올랐다. 이때 최고세율 과세 구간도 '5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초과'로 조정됐으며, 당시 정해진 최고세율과 과세 구간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행 상속세는 구간별 세율을 적용한다. 상속재산 규모에 따라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 등이다. 다만 상속재산 10억원(일괄공제 5억원+배우자공제 5억원) 한도에서 상속세가 면제된다.
정치권의 상속세 논쟁은 1990년대 만들어진 과세 틀이 30년간 유지되면서 현재 경제 상황과 괴리가 크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아파트 한 채만으로도 상속세 납부 대상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상속세 최고세율은 유지하되 일괄·배우자 공제액을 각각 8억원·10억원으로 올려 최대 18억원까지 상속세를 면제해주는 상속세법 개정을 당론으로 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을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최대주주에 20% 더 과세하는 최대주주할증을 적용하면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이 60%까지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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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쟁점은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의 개편이다. 현행 상속세는 사망자의 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인데, 상속인별로 물려받은 자산 규모에 맞춰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뀌면 과세 대상 재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세 부담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는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법 개정안을 이번 달 안에 발표하고 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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